24시간 외환시장 개장엔 “원화 글로벌 도약 출발점” 강조
[화이트페이퍼=김혜인 기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부동산 세제 개편과 외환시장 개방, AI 반도체 지원까지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를 한꺼번에 제시했다. 부동산 세제는 실거주 중심 원칙 아래 보유세와 거래세의 균형을 살피고 외환시장은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해 원화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7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을 7월 말께 발표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전화 인터뷰에서 “7월 말 정도 생각으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주택시장 정책의 기준으로 실거주 원칙을 내세웠다. 그는 “기본적으로 집은 ‘바잉(buying·매수)이 아닌 리빙(living·거주)’이라는 원칙하에 실거주자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확립될 수 있도록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만간 제가 국민 의견, 현장 목소리를 듣고 최종 정부 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세제 개편은 보유세와 거래세를 함께 검토하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구 부총리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과 비거주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등과 관련한 질문에는 “그 부분도 국민의 한 의견인 만큼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손질하는 방향인지 묻자 그는 “두 가지 밸런스를 이뤄야 한다는 차원에서 함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개혁도 정부 경제정책의 또 다른 축으로 추진되고 있다. 구 부총리는 6일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첫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외환 딜링룸을 찾아 국내은행, 해외지점, 수출업체 등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는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을 두고 “원화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외환시장 거래시간 확대가 한국 자본시장과 원화의 매력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구 부총리는 역대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와 세계 국채지수 WGBI 편입 등을 언급하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외환·자본시장 수요가 반영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존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였던 외환시장 거래시간은 6일부터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24시간 체제로 바뀌었다.
24시간 외환시장 운영에 이어 다른 개혁 조치도 예정돼 있다. 구 부총리는 정부와 한국은행, 은행·증권사, 중개회사 등 시장 참여자가 협력해 준비해왔다며 수출입 기업의 실시간 환 리스크 대응과 국내 금융기관의 영업 확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1월 예정된 역외원화결제시스템 운영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 프로젝트도 속도전 대상으로 제시됐다. 구 부총리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혁명은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중화학 공업 육성, 김대중 대통령 시절 정보기술(IT) 혁명보다 훨씬 더 큰 문명사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대한민국은 준비가 잘 돼 있어 제대로 총력전·속도전으로 대응하면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별 산업 배치 구상도 함께 제시됐다. 구 부총리는 지역 편중 우려에 대해 “전국의 운동장을 골고루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남을 수도권에 이은 반도체 제2생산기지로, 충청을 패키징 거점으로, 영남을 AI에 필요한 소재·부품·장비 특화 지역으로 보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세제와 인프라 지원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구 부총리는 “연구개발(R&D)이나 투자에 지원하고 지금은 세금을 내더라도 나중에 세금을 못 내는 시기가 생기면 이월공제도 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방 근로자에 대해서는 서울 거주 때보다 소득세 감면을 확대하고 경우에 따라 자녀 교육비 지원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전망은 8월 이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 부총리는 “수백조원 영업이익이 난다고 하는데 아직까지 정확히 기업 영업이익을 집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상반기 영업실적과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이후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과 관련해서는 “두 기업이 그동안의 법인세를 다 내는 구도”라고 했다.
미래대응기금 구상은 혁신 산업과 청년 지원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다. 구 부총리는 초과세수라는 표현에 대해 “저는 추가세수라고 말하고 싶다”며 “대체 불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미래 작업을 위해 쓰기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외에도 로봇·피지컬 AI·조선·항공 분야의 R&D와 인프라, 청년 AI 교육과 창업 지원을 예로 들었다.
내년도 예산안은 AI와 민생, 구조혁신을 중심으로 편성될 전망이다. 구 부총리는 “AI 지원, 양극화, 민생, 구조혁신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선도 국가로 나아가는 지원을 대대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정기국회 전에 할 수 있다면 해야 할 정도로 속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 부총리는 부동산 세제와 외환시장 개방, AI 반도체 투자 정책을 각각 별도 과제가 아니라 경제 체질을 바꾸기 위한 주요 축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국민 의견과 시장 참여자 목소리, 세입 여건을 살피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