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현대카드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센츄리온(Centurion·로마군 지휘관) 신용카드를 단종시킨다. 기존 카드를 없애지만 후속작은 출시할 예정이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다음 달(2월) 15일부터 'American Express® Cards by Hyundai Card'(이하 아멕스 카드) 3종(플래티넘·골드·그린)의 신규·교체·갱신·추가 발급이 종료된다고 지난 25일 홈페이지에서 공지했다.
이는 현대카드가 발급하고 있는 모든 아멕스 센츄리온 카드에 해당한다. 이 카드는 전면 중앙부에 아멕스의 심볼 센츄리온을 새기고 있는 고유의 특징이 있다. 각각의 카드가 연회비 상당의 '멤버십 리워즈'(MR) 혜택 등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연회비 수준(각각 100만원, 30만원, 10만원)은 높지만 인기를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금융소비자 개인을 대상으로 아멕스 센츄리온 카드를 발급하는 국내 신용카드사는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후속상품 출시도 확정적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기존 상품은 없어지지만 새로운 상품 출시를 위한 리뉴얼을 진행했다"며 "관련 혜택이나 출시계획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도 "출시 전에는 가부만 알려드릴 수 있고 심사는 통과됐다"고 말했다.
관건은 기존 대비 소비자 혜택의 축소 여부다. 이른바 '알짜 카드'인 기존 상품의 발급을 중단하고 리뉴얼을 거쳐 탄생한 새로운 카드가 이전보다 연회비가 높다거나 혜택이 축소되는 경우는 다반사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카드가 최근 보여준 단종 행보도 심상치만은 않았다. 작년 말 현대카드는 코스트코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코스트코 리워드 현대카드 에디션1'를 기습 단종했고, 바로 다음 날 에디션2를 내놓았다. 다만 포인트 적립을 위한 전월실적 기준을 이전보다 빡빡하게 만들었고 연회비도 2만원으로 올렸다.
또 이달 3일에는 GS칼텍스 PLCC인 '에너지플러스카드 에디션2'를 단종한 뒤 바로 다음 날인 4일 에디션3으로 리뉴얼 출시하면서 연회비를 1만원에서 3만원으로 올렸다. 내달 1일부터는 현대카드X 에디션2, 현대카드X2에디션2, 현대카드X3 에디션을 단종하고, 같은 달 21일부터는 현대카드 제로 에디션2 포인트형과 할인형도 단종한다.
카드사가 '알짜 카드'를 단종하는 사유로는 새로운 부가서비스 변경 등의 리뉴얼 목적도 있지만, 금리상승 이후 수익성 악화로 인한 비용 절감 의도가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실제 전년도 카드 단종은 파죽지세를 보였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3년 연간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가 단종한 카드는 458종(신용 405종·체크 53종)으로 2022년 116종(신용 79종·체크 37종)의 약 4배에 달했다. 2023년 신규로 출시된 카드는 총 175종(신용 145종·체크 30종)에 불과했다.
그러나 문제는 카드사가 기존 카드 단종(=발급 중단)→새 상품 리뉴얼 출시를 통해 연회비를 높이고 혜택도 축소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는 제품 가격을 그대로 두면서 용량을 줄여 최근에 유통업계 등에서 문제가 됐던 '슈링크플레이션'보다도 심각한 꼼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현대카드의 연회비 수익은 업계 1위인 20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8개사의 연회비 수익의 합계는 9852억원, 평균은 1231억원으로 각각 7.5%. 7.5% 늘어난 것과 비교해 증가세가 컸다.
한편 업계에서는 현대카드가 아멕스 카드의 '시즌2'를 준비하면서 절판을 통해 고객을 유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비용 절감보다는 절판 마케팅에 가깝다고 보는게 업계 시각"이라며 "직전 월까지 단종 대상 상품 판매를 적극적으로 했었기 때문에 갑자기 중단되는 것이 좀 의아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