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비트코인 ETF 막아라"…증권업계-투자자 혼란한 듯
"해외 비트코인 ETF 막아라"…증권업계-투자자 혼란한 듯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4.01.12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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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EC, 비트코인 현물 ETP(ETF·ETN) 승인 후
韓 당국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현물 판매 불가 전해
이후 현물 제한뿐 아니라 기거래 선물 ETF도 영향
여의도 증권가. 사진=화이트페이퍼
여의도 증권가.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전 세계 자본시장의 심장부인 미국의 뉴욕증시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되면서 퇴직연금 자금 유입 길까지 뚫리게 된 가운데 국내 증권업계가 돌연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중개는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다. 다만 이 과정에서 기존 거래가 이뤄지던 상품까지 매수 중단 조치가 가해지면서 업계와 투자자들이 다소 혼란한 모양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등에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피델리티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내놓은 11개 비트코인 ETF가 신규 상장해 거래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를 계기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기존 거래를 중개하던 캐나다·독일 비트코인 현물 ETF 매매를 제한(매도만 가능)하게 됐다. 나아가 선물 ETF 중단도 해야하는지 업계는 고민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날 오후 1시께 "당사는 현물 ETF 모두 거래를 중단했다"며 "선물 ETF도 막아야 하는지 금융당국에 해석을 요청해 업계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부터는 기존 현물 ETF 매매 제한에 이어 선물 ETF 제한도 완료한 증권사가 등장했다. KB증권은 이날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기초로 하는 ETF에 대해 금융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기 전까지 가상자산 선물 ETF의 신규 매수를 제한하게 됐다"며 "기존에 매수해 보유중이신 고객 분들은 매도 주문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선물 ETF 신규매수도 제한하는 것은 KB증권이 가장 빠르다. 중단된 23개 종목 중에는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순매수 상위(작년 연간 2500만달러, 약 328억원)에 오른 '2x Bitcoin Strategy ETF'(티커 BITX) 등도 포함됐다. 

자료=KB증권 마블 앱 내 공지사항(왼쪽), 토스 앱 내 토스증권 갈무리

이처럼 증권사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유는 전일 금융당국의 '국내 중개(=투자) 불가' 입장에 따른 것이다. 앞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ETP(상장지수상품)의 거래소 상장과 거래를 승인했다. ETP는 주식, 채권, 금·원유 등 각종 자산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ETF와 상장지수증권(ETN)를 합쳐 부르는 말로 ETF의 상위 개념이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법은 기초자산으로 금융투자상품, 통화(외국 통화 포함), 일반상품, 신용위험, 기타 등을 인정하고, 가상자산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 미국 등 해외서부터 비트코인 제도권 편입이 되는 상황이기는 하나, 비트코인 현물 ETF가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른 투자중개상품이 아니므로 국내 증권사의 라이선스 범위를 벗어난다는 해석이 내려진 배경이다. 

금융위원회는 전일 "국내 증권사가 해외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입장(2017.12.13)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가상자산의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올해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미국 등 해외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 국내 증권사들이 당황한 기색은 엿보인다. 특히 여태껏 미국 등 해외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ETF들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거래를 중개해오고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 금융당국이 어느 정도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전날에 가짜뉴스(현지시간 9일 미 SEC 승인 오보 해프닝)도 있었고 이렇게 단시간 승인날 것이란 예측이 어려웠을 수도 있는 것 같기는 하다"며 "다만 저희는 (당국이) 하라는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는 (당국에서) 의사결정이 미리 좀 돼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에는 키움증권이 홈페이지에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공지를 올렸다가 삭제하는 해프닝도 빚어졌다. 같은날 키움증권은 "미국시장에 신규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종목(11개)에 대해 현행 법규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현재 거래가 불가함을 공지한다"며 "전 증권사 공통사항으로 변경 사항 발생 시 다시 공지한다"고 정정했다. 이날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저희도 현업 부서에서 정신이 없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여전하다. 전일 금융감독원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가상자산 관련 감독·검사·조사 업무를 담당하는 '가상자산감독국' 및 '가상자산조사국'을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미국 SEC 겐슬러 위원장(Gensler)도 금속 등 일반상품 기반 ETF의 기초자산과 달리 비트코인은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크며 많은 불법행위에 이용되고 있고, 이번 ETP 승인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및 다른 가상자산 연계 상품에 내재된 위험요인에 대해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영향에 대해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 내 ‘비트코인 거래’ 대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자료=신영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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