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불난 채권단-당국에 기름…SBS 안 팔 수 있을까?
태영그룹, 불난 채권단-당국에 기름…SBS 안 팔 수 있을까?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4.01.07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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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 결말 시험대
오너일가 버티고 여론은 들끓어
김주현 금융위원장(앞줄 오른쪽),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가운데)이 지난달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추진 논의 절차에서 태영그룹이 '검은 속내'를 가감없이 드러내면서 채권단-금융당국과 극단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태영 오너 일가의 핵심자산인 SBS를 향하는 모양새다.

■ 태영 윤석민 회장 416억 '사재출연' 한다더니

7일 태영건설 워크아웃 국면을 원점에서 돌아보면 태영그룹은 기존 4가지 기본 전제조건 이외에 추가 자구안도 내놓아야 한다. 다만 태영 측의 보여준 행동은 태영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오너 일가 위험부담이 크지 않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시선이 팽배하다.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지난 5일 계열사(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 416억원을 워크아웃 대상인 태영건설이 아닌 지주사 TY(티와이)홀딩스 자본확충에 투입한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이는 오너 일가의 사재가 태영건설으로 흘러가지 않고 지주사에 만기 30년, 이자율 4.6%로 입금(대출)됐다는 의미다. 티와이홀딩스는 해당 발행건의 목적을 "그룹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밝혔다. 

채권단과의 파열음이 더 커질 것을 태영그룹이 몰랐을리는 없다. 윤세영 회장이 지난 3일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서 인정한 태영건설의 우발채무만 2조50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윤석민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출연한 사재는 위의 꼼수지원을 포함해 총 484억원에 그친다. 이마저도 중복금액을 빼면 윤석민 회장 30억원, 윤세영 명예회장 38억원 등 총 68억원에 불과하다. 

앞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채권단과의 신뢰를 깬 출발점이라고 지적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세후 2062억원)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태영그룹은 윤재연 블루원 대표(513억원) 몫은 일단 제외한 윤석민 회장(416억원)·티와이홀딩스(1133억원) 몫 총 1549억원을 태영건설 지원에 쓰기로 채권단과 합의했지만, 실제 태영건설에는 659억원만 투입하고 1549억원을 전액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윤석민 회장이 티와이홀딩스가 발행한 416억원 규모 영구채를 인수한 것은 골프장 업체인 블루원 지분을 추후 정리하고 자금을 수취해도 태영건설이 아닌 티와이홀딩스 채무 변제에 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힌다. 

지난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타 자구 노력 중 중요 축인 블루원 매각 담보 자금도 대주주 급한 변제에 먼저 쓰고, 태영건설에 투입하겠다는 입장이 견지되고 있다고 들었다. 실제로는 현금성 자산은 아무것도 안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원장은 또한 "부동산 호황기 태영은 시행과 건설을 도맡아 하면서 1조원 넘는 이익을 벌었고 이 중 상당 부분이 총수 일가에 기여했다. 부동산 침체기로 들어서는 대주주가 아닌 협력업체, 수분양자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견리망의(見利忘義·이익을 보면 의리를 저버림)'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 경영실패에도 분명히 한 꼬리 자르기 검은 속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영그룹은 '꼬리 자르기'속내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단 태영그룹은 핵심자산인 SBS 지분 매각에는 "방송법 등 법적 제약과 조건이 많다"며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SBS 강제 매각하든지 폐업시켜야 한다", "세금 퍼주지 마라", "부실기업 티와이홀딩스는 방송사 대주주로 부적격하다" 등 여론의 비판이 가열되는 상황을 종합했을 때에는 시장의 눈이 다시 SBS에 쏠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태영그룹 지배구조는 윤석민 외 특수관계자→티와이홀딩스→계열사(SBS·태영건설·블루원·에코비트) 등으로 이어진다.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로부터 인적분할돼 지난 2020년 9월 설립된 지주사다. 

현재 티와이홀딩스 최대주주 윤석민 회장의 지분율은 25.4%에 불과하나, 서암윤세영재단 등 특수관계자를 합치면 33.7%고,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29.8%)를 고려하면 47.9%다. 또 티와이홀딩스의 SBS 지분율은 36.9%, 이외 국민연금 13.9%, 자사주 3.1%, 기타 46.1%로 구성된다.  

특히 태영그룹은 글로벌사모펀드 콜래크로비스로버츠(KKR)와 50%씩 공동소유한 계열사 에코비트도 지키려고 하고 있어 태영건설 '꼬리 자르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된다. 

자료=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1월 17일 태영건설은 모회사인 티와이홀딩스로부터 총 4000억원을 차입했다. 차입기간은 2023년 1월 26일부터 2027년 1월 26일까지 4년이며, 금리는 연 13%다. 태영건설은 당시 보유 부동산 및 투자주식 일부를 티와이홀딩스에 담보로 제공했다. 

티와이홀딩스는 해당 대여자금 4000억원을 KKR로부터 빌렸는데, 에코비트 지분 50%가 담보로 잡혔고 당시 주주간 계약에 '지분 몰취 조항' 조건이 포함됐다. 티와이홀딩스 연대채무를 모두 해소해 지분 몰취 조항 발동을 막겠다는 것 외에는 현재 태영그룹 측의 행보를 설명하기가 어렵다. 

다만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태영건설의 모든 PF 금융채무가 중단(상환 유예중)됐고, 이에 따라 태영그룹이 시간을 벌어가며 오너일가의 지배권 강화에만 급급한 도덕적 해이가 과연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오너일가의 경영실패를 채권자들과 납세자들에게 전가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2023년 1분기 티와이홀딩스 IR 자료. 사진=태영그룹

이에 따라 태영그룹은 채권단을 납득시킬 만한 추가 자구안 제출이 강력히 촉구되고 있다. 

지난 4일 이 원장은 "SBS 지분이 아니더라도 티와이홀딩스는 상장법인인 데다 가치평가도 쉽고, 오너 지분이 있으니 이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제공, 채무 부담 등은 어떠냐는 채권단의 입장을 전달받았다" 등을 언급했다. 

지난 5일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채권단은 태영그룹이 정말 태영건설을 살릴 의사가 있는 건지, 앞으로도 꾸준히 살릴 것인지에 대해 믿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1월 11일까지 날짜가 많이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관련 "경영자가 자기의 뼈를 깎는 고통스러운 일을 해야 한다"며 "경영의 책임은 역시 경영자가 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의 경고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 등 정책 당국자들은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 11일 워크아웃이 부결되고 법정관리로 가더라도 시장에 혼란이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실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도 비공개 회동을 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김 위원장·이 원장의 'F(Finance)4' 회의에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합류한 형태의 협의가 수시로 열리는 만큼 상황에 따라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도 논의될 수 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여부는 400여곳으로 구성된 채권단이 오는 11일 결정한다.

자료=티와이홀딩스 2023년 1분기 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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