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은행, 부동산 '테일 리스크' 우려"[무디스·한신평 '24 신용전망]
"韓 은행, 부동산 '테일 리스크' 우려"[무디스·한신평 '24 신용전망]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11.22 18: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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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건전성·수익성 약화"
22일 오전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무디스-한국신용평가  '2024 한국 신용전망: 다방면의 난관에 대한 대응' 미디어 브리핑.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세계 3대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내년도 국내 은행 시스템 및 은행들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고금리 장기화 환경에서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테일 리스크' 가능성을 지목했다. 테일 리스크란 실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한 번 일어나면 경제나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리스크를 의미한다.

■ 은행 대출의 40% 중반은 부동산에 노출
 
손정민 무디스 연구원은 22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 공동 주최로 열린 '2024 한국 신용전망: 다방면의 난관에 대한 대응' 미디어 브리핑에서 "한국 은행 시스템 전망은 아시아 태평양 대부분 시스템의 전망과 같게 안정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로선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의 리스크 수준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으나, 테일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부동산 가격지수, 분양률, 연체율과 NPL(부실채권)비율의 갭 차이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주택가격은 2021년 6월 고점을 찍은 뒤 하향 추이를 이어가는 중인데, 지난 2004년이나 2009년 가격 하락기에는 금리 인하를 통해 주택시장의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었던 데 반해 현재는 금리 상승기가 물려있다는 차이점이 리스크를 좀 더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지금과 같이 낮은 수준의 LTV(담보인정비율)과 정부의 타이트 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은행 주담대의 직접적인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으나, 부동산 경기 약세가 장기화하거나 지금의 회복세가 반전되는 경우 테일 리스크의 현실화 우려가 다소 높아질 것라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 은행들의 부동산 리스크 익스포저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테일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있다"며 "현실화의 경로는 다른 비은행 금융권에서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현실화가 됐을 때 전이될 수 있는 리스크 전반을 고려했을 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체율 자체가 좀 올라가도 신용보강 요소들이 고려되면서 NPL비율의 상승 추이는 좀 느리게 이뤄지는 부분이 있는데, 갭이 좀 좁아지는 경우 테일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이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디스가 산출한 국내 은행의 부동산 익스포저는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업·건설업 기업대출까지 합산하는 경우 전체 은행 대출의 40% 중반 정도에 달하고 있다.
 
'한국 은행 시스템 전망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스템에 대한 위협 요인'(손정민 무디스 연구원) 자료=무디스
무디스가 아태지역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금리 장기화 환경에 따라 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한 리스크가 높다고 평가하는 국가는 홍콩과 베트남이 꼽혔다. 

손 연구원은 "홍콩의 경우 은행들의 익스포저가 대부분 중국 본토에 있는 개발업체에 대한 익스포저"라며 "그중에서도 개인 소유 업체에 대한 익스포저가 높고, 무담보로 실행된 건들이 좀 많다"고 말했다.

또 "베트남은 부동산 개발이나 건설업에서 개인 소유 은행들이 자기자본의 100%에서 300%까지 이르는 관련 익스포저를 가지고 있고, 현재 채권시장의 유동성 축소로 유동성 스트레스가 올라가고 있어 이들 업체들에 대한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좀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비은행권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부담이 여전하다고 평가되는 상황이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은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비은행 업권은 PF 관련 양적 부담이 여전히 크고, 건전성도 빠르게 저하되는 가운데 만기연장 반복으로 PF 사업성이 저하되는 가운데 추가연장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례로 지방 사업장과 중후순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요주의여신비율이 22.9%까지 상승했다.
 
위 실장은 "지난달 새마을금고 청담동 오피스텔 브릿지론의 만기 연장이 불발되면서 시장이 소란스러웠는데, 만기 연장으로 잠정 결정되기는 했지만 이번과 같은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이제 시장의 관심은 만기연장이 언제까지 가능할지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자료=한신평
'비은행 금융업종 자산건전성 대응능력 점검'(위지원 한신평 금융/구조화평가본부 실장). 자료=한신평

■ 은행 시스템 및 은행 전망은 안정적  

다만 테일 리스크 우려를 감안하고도 무디스는 내년도 국내 은행 시스템 및 은행의 신용전망에 대해 안정적 전망을 밝혔다.
 
무디스는 은행의 신용도와 은행 시스템의 전망을 볼 때 주로 영업환경, 자산건전성, 수익성, 자본 적정성, 조달 및 유동성, 정부 지원 가능성 등 6가지 요인을 고려하고 있다.
 
내년도 은행 영업환경의 경우 글로벌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라 일부 수출기업의 경우 부채상환 여력이 다소 약화될 수 있으나, 올해보다 높은 수준의 한국 경제성장률이 예상되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자산건전성과 수익성이 다소 약화하지만 나머지에서는 안정적일 것이라는 시각이다.
 
손 연구원은 "국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전환기에 접어들었고 주택시장 또한 회복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영업환경에 대해서는 현재 안정적이라는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은행의 수익성에 대해서는 "상생금융 자체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은행들의 특성상 전체적인 수익성의 약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 은행 시스템 전망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스템에 대한 위협 요인'(손정민 무디스 연구원) 자료=무디스
자료=무디스

내년 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지표는 급격한 악화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간 은행 대출에서 대기업 여신이나 경기 변동성이 높은 조선업과 제조업 익스포저가 줄어든 한편, 보증과 담보가 있는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늘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한 은행 개인 신용대출의 경우 고신용자에게 집중돼 있고, 일부 중저신용자에 대한 익스포저는 공적 보증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중소기업 대출도 은행별 편차는 있으나 60~80% 초반까지의 익스포저가 공적 보증이나 담보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했다.
 
손 연구원은 "지난 약 10년간 장기 추이를 봤을 때 은행 시스템 전반적으로 대출채권의 포트폴리오 자체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실제 무디스는 강화된 대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자본적정성과 조달 및 유동성 요인 강화를 함께 고려해 올해 하반기에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수협은행까지 3개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현재 무디스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전망치(1.5%)보다 높은 2%로 전망하는 반면 미국 1.0%, 유럽 1.1%, 일본 1.0%, 영국 0.7%, 중국 4.0% 등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올해(2.8%) 대비 내년(2.1%) 상승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료=무디스
자료=무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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