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홍콩 오피스빌딩 펀드 선제적 '손실 보전'…왜?
우리은행, 홍콩 오피스빌딩 펀드 선제적 '손실 보전'…왜?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7.19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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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약 90% 손실 관련 보상 중
고객 피해 방지·신뢰 회복 방점
은행 “위법 행위 여부는 불명확”
금투업계·은행권 시각은 엇갈려
(사진=우리은행)
(사진=우리은행)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미래에셋이 4년 전 2800억원 규모로 투자한 홍콩의 한 랜드마크 오피스 빌딩 펀드 자산을 약 90% 손실 처리하는 쪽으로 결정한 가운데 펀드 판매사 중 우리은행만 투자자들의 미확정 손실 일부를 보상하는 조치를 서두르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어 '시몬느대체투자전문사모투자신탁제12호' 관련 고객 손실을 일부 보전해주기로 결정하고 해당 고객들에게 사적화해의 수단으로 손실의 일정 비율을 보상하는 자율조정을 실시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6월 메자닌(중순위) 대출로 이 빌딩에 2억43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800억원)를 대출해줬다. 이 중 300억원은 미래에셋증권이 자체 자금으로 투자하고 1150억원은 증권·보험사 등이 자기 자금으로 투자했다. 나머지는 멀티에셋자산운용과 시몬느자산운용을 통해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됐다.

우리은행도 4년 전 고객을 대상으로 해당 펀드를 판매했다. 은행 측에 따르면 시몬느대체투자전문사모투자신탁제12호 판매규모는 765억원 수준이며, 투자자 대부분은 개인인 초고액자산가(VVIP) 고객이었다.

그러나 고금리 상황에서 보증인이 파산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빌딩가격이 급락하자 싱가포르투자청(GIS)과 도이치방크 등 선순위 대출자는 권리를 행사해 빌딩을 매각하고 원금을 회수했지만, 중순위 대출자인 미래에셋 등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이에 현재 우리은행은 일단 고객 돈의 손실 일부를 보상한 뒤 추후 운용사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 및 중순위 채권 추심 관련 검토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선제적 보상에 대한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불완전 판매 소지가 있지 않는 한 원리금 보장상품도 아닌 메자닌 펀드에 대해 은행 측이 선제적 보상을 한다는 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에 적용되는 기본 법리에는 부당권유의 금지(자본시장법 제49조), 적합성 원칙(제46조), 적정성의 원칙(제46조의2), 설명 의무(제47조) 및 손실보전 등의 금지(제55조) 등이 종합적으로 포함된다. 이 중 손실보전 등의 금지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융투자상품 투자자가 입은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후에 보전해 주는 행위가 포함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만약에 진짜 물어줘야 되는 거면 불완전판매 사유가 있을 것"이라며 "펀드 판매상의 프로세스 등에 문제가 있었다는 판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자기책임원칙에 따라 투자자들한테 물어줘야 하는건 아니"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우리은행이 지난 수년간 라임펀드 사태와 독일 국채금리와 연계한 DLF(파생결합상품) 불완전판매와 내부통제 미비 이슈로 물의를 빚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일례로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이 라임펀드는 부실 위험을 알고도 판매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렸고, 은행 측은 이를 수용한 바 있다. DLF 사태 역시 상품선정의 심의 과정 등에서도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반면 은행권에서는 증권가와 다른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 펀드 분쟁이 법원소송까지 가면 대부분 결과는 은행이 이긴다"며 "우리은행은 고객 입장으로 생각을 해서 이사회에서 결정한 것 같다. 어쨌든 은행으로서 해야 될 책무를 다 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 피해를 방지하고 신뢰 회복 차원에서 사적화해 수단으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며 "시몬느 펀드의 경우 판매의 위법 행위 여부는 불명확한 상황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멀티에셋·시몬느자산운용 모두 조성한 펀드 자산을 90% 수준에서 상각하기로 최근 결정한 상태다. 이는 회계상 손실 처리이므로 손실이 확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앞으로 상황에 따라 실제 손실은 90%보다 작을 수도,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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