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홍콩 빌딩’ 뿐일까…해외 대체투자 우려 커진다
미래에셋 ‘홍콩 빌딩’ 뿐일까…해외 대체투자 우려 커진다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7.18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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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0억 오피스 대출 펀드 90% 상각 처리
이지스운용도 ‘독일 빌딩’ 임의매각 시사
금리인상·자산가치 하락 등 청구서 줄줄
미국·유럽 공실률 상승에…"딱히 방법이"
(사진=미래에셋증권)
(사진=미래에셋증권)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국내 기관 등 투자자들이 4년 전 저금리 시기에 홍콩의 한 랜드마크 오피스빌딩에 빌려준 2800억원 규모의 대출금 대부분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저금리 시기 몸집을 불려온 국내 기관들의 해외 대체투자가 금리 인상 이후 전혀 다른 투자환경에 직면해있는 가운데 해외 부동산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 계열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이날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 대출을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을 90% 수준에서 상각하기로 결정했다. 

상각 처리는 해당 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간주해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뜻한다. 이 펀드의 판매사 중 하나인 시몬느자산운용도 지난주 펀드 자산을 약 90% 상각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6월 메자닌(중순위) 대출로 이 빌딩에 2억43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800억원)를 대출해줬다. 이 중 2500억원은 메자닌 펀드를 만들어 셀다운(재매각)했다. 펀드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회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이 맡았다.

셀다운은 증권사들이 자기자본과 대출 등 대체자산을 매입한 뒤 투자자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증권사와 보험사 등이 자체 자금으로 투자했다. 우리은행 초고액자산가, 한국은행 노조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빌딩을 보유한 골딘파이낸셜홀딩스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고 보증을 섰던 홍콩 최대주주마저 파산하자, 선순위 대출자인 싱가포르투자청(GIC)과 도이체방크가 선순위 권리를 행사해 이 빌딩을 매각하고 원금을 회수했다. 중순위 등 나머지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대부분을 찾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미래에셋은 지급보증을 섰던 법인을 상대로 소송전에 돌입하는 등 원리금 회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최우선 과제로 본 펀드가 보유한 중순위채권의 원리금 회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법적 절차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세부내용이 구체화되는대로 신속하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권에선 해외 부동산 펀드 등 해외 대체투자 관련 손실 우려가 불거지는 양상이다. 코로나19 이후 초저금리로 유동성 과잉공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작년부터 주요국 통화긴축과 금리 인상 순으로 투자환경이 돌변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금리 인상 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등 환경 변화에 따른 오피스 공실률도 대체투자 자산의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저금리 시기에 주로 미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상업용 부동산에 앞다퉈 투자해왔지만, 주요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 분위기는 심상치 않은 것으로 진단된다.  

앞서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이 올해 금융투자 부문 감독·검사 방향을 설명하는 금융감독 업무설명회 자리에선 '부동산 대체투자운용의 현안과 과제'라는 주제로 KB자산운용 대체투자부문장 김형윤 전무가 발표자로 참석해 대체투자 관련 금융시장 동향 등을 설명하기도 했었다. 

그는 당시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해외 부동산 특히 미국과 유럽은 DCF법 평가로 거의 채권과 유사하다"며 "이렇게 되면 멀쩡한 프라임급 빌딩도 자산가치가 급락할 수 있고, 자산가치가 하락하면 담보가치 하락으로 대출약정서상 LTV(담보인정비율) 조항 같은 것이 쉽게 위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자칫 멀쩡한 빌딩이 EOD(기한이익상실)까지 몰릴 수 있다"며 "특히 또 대출을 포함해서 인수한 자산은 대출만기 때 만기연장 차환 등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을 해야 하는데, 대출금리 상승, 신규 매수 수요 감소 상황에서 리파이낸싱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고 당연히 에쿼티 투자 수익률도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해외 부동산 펀드를 통해 '독일 빌딩' 손실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도 한 예다. 이 운용사는 전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파생형)의 주요 리스크 현황과 조치사항을 공지했다.

독일 트리아논 오피스건물 주요 임차인인 데카방크의 임대차 계약 연장이 불발되며 신규 임차인 유치를 위한 리파이낸싱을 추진 중인 상황이지만 "임의매각이 필요할 수 있고, 임의매각 절차가 실패 경우 강제매각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지스운용은 "5개 잠재 대주 중 추가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일부 대주는 약정의 필수 전제조건으로 본건 자산 소유주의 자본금 추가납입(추가 지분출자)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유자금 투입 관련 검토, 국내 기관투자자와의 협의를 통해 현재까지도 추가 자본금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최근 국내외 시장 상황으로 자금의 원활한 모집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 대체투자는 2017년께부터 집중돼 당시 설정된 해외 부동산 펀드의 만기가 지난해부터 돌아오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해외 부동산 펀드 순자산 총액은 77조7035억원, 올해부터 2025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 부동산펀드는 약 29조9000억원 규모로 전해진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하반기 금융부문 전망에서 국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의 경우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등의 부실 위험이 높다고 분석했으나, 해외 대체투자의 경우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대신증권 등이 자기자본 대비 익스포저 비율이 높아 점검이 필요한 증권사로 꼽았다.

해외 대체투자 주요 투자자들은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증권사 등이다. 해외투자 관련 리스크는 그나마 자본력이 있는 대형 증권사들에게 주로 집중돼 '버틸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인 점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대체투자는 시장금리도 올라가고 경기가 좋지 않으니 공실률도 높아져 배당이 안들어오는 것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증권사가 자금조달할 수 있는 여력이 충분히 있다면 무리하게 회수하지 않고 버티면서 경제 상황이 좋아지길 기대해야 하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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