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믿고 5630억 매수했는데...거래소는 대체 왜?"…이화그룹 개인투자자 어쩌나
"거래소 믿고 5630억 매수했는데...거래소는 대체 왜?"…이화그룹 개인투자자 어쩌나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6.24 19:33
  • 댓글 6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거래정지 풀었다가 막았다가
손바닥 뒤집듯이 시장운영해
불필요한 투자자 피해 누적중
사진은 작년 1월 25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자료=유튜브 캡처)
사진은 작년 1월 25일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는 모습. (자료=유튜브 캡처)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한국거래소가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 등의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해 이화그룹 3개사(이화전기·이트론·이아이디) 거래정지를 풀어줬다 다시 정지했던 지난달 11~12일 개인투자자는 3개 종목 주식을 총 57억원어치 순매수했으며, 매수금액 합계는 56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한 달이 넘도록 거래정지 상태가 이어지면서 약 27만명으로 알려진 이화그룹 주주의 발이 묶여있는 가운데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칼자루를 쥔 거래소가 무책임한 번복으로 불필요한 투자자 혼란과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사려 깊지 못한' 판단으로 투자자를 골탕 먹인 거래소는 번복조차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 개인·외인 순매수만 121억…거래소는 대체 왜 그런 판단을?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5월)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이아이디를 약 8억원 순매수했으며, 코스닥시장에서 이트론을 약 9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달 11일 코스닥시장에서 이화전기는 거래실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날 이화전기는 3사 중 유일하게 거래정지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 날(12일) 오후 2시 22분 거래 재정지까지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아이디를 76억원, 코스닥시장에서 이화전기를 38억원 각각 순매수했으며, 이트론은 55억원 순매도했다. 이 기간 이아이디·이화전기·이트론 3개 종목 개인 순매수 합계는 56억7100만원이다. 이트론의 경우 외국인 순매수도 지난 12일 6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개인의 매수금액 규모는 훨씬 더 크다. 개인은 지난달 11~12일 이아이디를 각각 353억원, 1513억원 매수했으며, 이화전기는 12일 2394억원어치를 매수했다. 이트론은 11~12일 각 777억원과 594억원 규모를 매수했다. 이 기간 이아이디·이화전기·이트론 3개 종목 개인 매수 합계는 5630억1500만원으로 집계됐다.

(사진=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취합)
(사진=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갈무리)

이번 사안에서 거래소는 상장회사 측이 경영진의 배임·횡령 혐의 규모를 부인하거나 대폭 줄여 공시했음에도 불구, 거래정지를 풀어준 것에 대해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달 10일 장 마감 후 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에 전·현직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면서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후 이트론은 거래소 조회요구 당일인 오후 7시 27분께 답변(부인)을 공시했고, 이아이디는 11일 오후 2시 12분에, 이화전기는 11일 장 마감 후인 오후 5시 53분에 답변을 각각 공시했다. 거래소는 각 회사 측의 답변 공시가 거의 나오자마자 거래정지를 각각 해제한 것으로 시간상 나타난다.  

일례로 당시 공시에서 이화전기는 "당사의 대표이사인 김성규 대표이사에 대해 서울지방검창철에서 체납처분면탈에 관한 조세범처벌법위반, 특정가중범죄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현재 구속영장청구가 발부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구속영장청구서상 횡령으로 기재된 금액은 당사와 계열회사를 포함해 약 8억 3천만원"이라고 썼다.  

또 "김영준(이화전기 前 회장)은 현재 당사와는 관련이 없는 인물로 구속영장청구서 등의 자료를 확보할 수 없어 금액을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거래소는 이화전기 주권매매거래정지를 12일부터 해제한다고 11일 오후 5시 59분에 공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거래소)
(사진=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

12일 개장부터는 이화전기까지 거래정지가 해제됐다. 그러자 시장선 이화그룹 종목이 악재를 털어낸 분위기가 연출됐다. 당일 장중 이트론 주가는 상한가를 쳤고, 전거래일 대비 이아이디는 20.52%, 이화전기도 16.75% 각각 급등했다. 이날 개인은 이트론을 순매도했지만 이아이디와 이화전기 순매수는 전장보다 각각 935%, 31% 늘렸다.     

그러나 거래소는 같은 날 오후 2시 22분께 3개사에 '사실상 업무집행지시자의 대규모 횡령·배임 혐의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주식거래를 다시 정지시킨다. 이화전기의 경우 거래정지를 풀었다가, 불과 약 322분 만에 다시 거래를 정지시킨 것이다. 

이후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는 횡령에 의한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하면서 검찰의 공소장을 토대로 밝힌 횡령·배임 혐의내용의 총금액을 이아이디(416억4800만원), 이화전기(42억4900만원), 이트론(313억3700만원)로 공시했다. 또 지난 9일 이화그룹 계열사 3개사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는 등 조치를 하고 있다.

■ 거래소 "번복이 아니라 판단한 것"

이처럼 한국거래소가 거래정지 결정을 번복하면서 야기한 개인투자자 피해는 그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2일 이아이디, 이화전기·이트론 3개 종목에 대해 각각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여부 결정'을 위한 조사기간을 15영업일 이내(2023.07.13한)에서 연장한다고 공시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거래소가 회사의 상장 유지에 문제가 있는지 따져보는 심사 과정이다. 거래소는 횡령 및 배임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하면 해당 상장사가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 심의 대상인지 검토한다. 기심위 심의대상으로 결정되면 매매거래정지 기간이 연장되고, 아닌 경우 거래가 재개된다. 

쉽게 말해 거래소는 이화그룹 3개 종목에 대한 상장폐지 심사를 앞으로 할지 말지 따져보는 단계에 있으며, 날벼락을 맞은 투자자를 포함한 기존·신규 이화주주 입장에선 기약없는 투자금(재산권) 동결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이화그룹 피해주주 연대는 이달 9일, 이달 20일 한국거래소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이화그룹 한 개인주주는 "한국거래소의 무책임한 거래 재개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개인투자자의 면담 요청에도 (한국거래소) 책임자들은 면담을 거부하고 민원 담당자만을 앞세우는 등 대응도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23일 성명서에서 "상장 종목 중 회사 또는 지배주주 등의 문제에 의해 거래정지가 되는 경우는 왕왕 있기에 해당 종목에 투자한 주주들은 그 피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화그룹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거래정지 후 하루 내지 이틀 만에 거래가 재개된 매우 특이한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받는 이화그룹 김영준 회장(왼쪽)과 김성규 총괄사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받는 이화그룹 김영준 회장(왼쪽)과 김성규 총괄사장이 5월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투연은 이어 "이로 인해 기존 주주 및 신규 투자자들에게 한국거래소가 결정한 거래 재개를 대형 호재로 인식하게 만들어 신규 투자자금 유입을 불러왔다"며 "결국 거래소의 거래 재개 결정을 믿고 신규 투자한 이들을 비롯해 이화그룹 3개 종목 27만 명 기존 주주들은 거래 정지로 인한 고통의 세월과 마주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과 국회가 이화그룹 3사의 거래정지 과정과 한국거래소와 메리츠증권의 유착 의혹을 밝혀달라"고도 호소하는 상황이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등 이화그룹 보유 지분을 거래정지 직전에 정리해 투자금을 발 빠르게 회수한 바 있으며, 이후 리스크 관리 차원의 매도였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서도 거래소는 지난달에 있었던 이화그룹 계열 3종목에 대한 거래정지→재개→재정지 조치는 번복으로조차 볼 수도 없다는 시각이다. 

한국거래소 한 관계자는 "번복이 아니라 판단을 한 것"이라며 "이벤트가 벌어질 때마다 저희는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응을)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료=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취합)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66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봄날 2023-06-29 15:16:09
그 판단을 제대로 하고 그 행사가 명명백백하게 신뢰할 만하다고 시장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그렇지가 않잖아요? 결국 어느 날 갑자기 거래 정지 후 장기간 거래 정지는 감당 못 하는 과도한 권한이니 박탈해야 합니다!!

정연석 2023-06-29 14:41:43
내돈 내놔라~~억울하다~~~이게 공정 이었나?

금비 2023-06-29 13:52:06
중소기업 살리는 일반투자자
거래소 살찌우는 기관투자자
이게 나라냐? 이게 공정이냐? 아 ! 떠나고 싶다

빵식이추종자 2023-06-29 12:19:07
거래소에서 이번에 꼬리자르기 오졌다
빵식이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두고보자

황무지 2023-06-29 12:14:16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지금 이 상황!!! 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