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도약계좌 금리 공방...청년-당국의 은행 ‘협공’ 먹힐까?
청년도약계좌 금리 공방...청년-당국의 은행 ‘협공’ 먹힐까?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3.06.13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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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금리 이틀 더 장고...14일 공시
청년들 우대금리 불만 쏟아내는 듯
공급-수요 측 모두 심경 복잡할 수
5년 목돈 모아 '힘찬미래 높은도약'
(사진=화이트페이퍼)

[화이트페이퍼=고수아 기자] 5년간 매달 70만원 적금을 납입하면 5천만원 안팎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청년도약계좌'가 15일 출시된다. 하지만 이날 예정된 금리 공시가 이틀 뒤로 밀려났다. 앞서 은행들은 정책 취지에 맞춰 최고 연 6% 수준의 금리를 예고했지만 일부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이 도마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 중장기 적금금리 '밀당' 나선 청년들 

금융위원회는 12일 청년도약계좌를 취급하는 12개 은행(농협·신한·우리·하나·기업·국민·부산·광주·전북·경남·대구·SC제일)과 서민금융진흥원이 청년도약계좌 취급협약을 체결하고, 11개 은행(SC제일은행 내년부터 운영)에서 15일부터 청년도약계좌 운영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공시 예정된 은행별 최종금리 수준은 하루 전인 14일 공시로 변경됐다. 시간은 아직 미정이다. 일정이 밀려난 이유는 은행들이 제공하는 최종 금리 수준이 정책 목표 달성 여부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카드결제·통신비·실적·신규 거래 등 일부 우대금리 조건과 관련해 실효성 논란이 점화됐기 때문이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서 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를 위해 도입을 약속한 정책형 금융상품이다. 총급여 7500만원 이하 개인소득 요건과 중위소득의 180% 이하 가구소득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만 19~34세 청년이 가입할 수 있고, 2023년~2027년 최소 5년간 가입신청을 받은 후 5년 만기의 상품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8일 청년도약계좌 1차 금리 공시에서 11개 은행이 제시한 기본금리(가입 후 3년 고정)는 연 3.5~4.5%였고, 우대금리(소득 우대금리+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 금리는 연 5.5~6.5%였다. 문제는 정부가 공언한 5년 뒤 최대 5천만원 달성에는 최소 6% 수준의 적금금리를 맞춰야 하는데, 자신의 주거래 은행에선 도저히 6% 금리를 받을 수 없다며 불만을 표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년도약계좌를 가입할 예정이라고 밝힌 지 씨(30)는 “주거래인 ○○은행은 ○○○ 가입도 하라고 하는데, 그거 받자고 그렇게 하기엔 품이 너무 많이 들어서 6프로(%)는 절대 못 받을 것 같다”며 “기업은행에서만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별 1차 예고 금리 기준 기본금리는 10개 은행이 3.5%로 모두 같고, 기업은행은 4.5%로 가장 높다. 우대금리는 기업은행이 1.5%p로 가장 낮고, 5대 시중은행은 2.0%p로 같다. 이날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우대금리 어질어질하다’, ‘요즘 은행 상황도 나쁜가 보다’, ‘다른 은행 가서 가입하라는 거냐’, ‘기업은행 계좌 만들고 왔다’ 등 가입 대상자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청년도약계좌는 인기검색어로 잡히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홈페이지)

■ 은행들 심경 복잡…"나의 주거래로 가자?"

청년 지원 정책에 동참하는 은행들의 심경은 복잡한 상황이다. 우선 내년 등 향후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팔면 팔수록 손해인 ‘역마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한 은행 관계자는 "역마진은 원래부터 얘기가 워낙 많이 나온 것"이라며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기 위해 참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우대금리를 포함해 거의 6%를 받는다고 했을 때 은행 입장에서는 고금리 적금이 만약에 많이 판매되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고, 또다른 은행 관계자도 "순수하게 마진만 따지면 이익이 나기 힘든 상품"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금융당국은 청년도약계좌의 가입자 수를 역 300만명으로 예측하고 올해 예산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이번 1차 공시에서 금리 수준이 시중에 판매되는 상품보다 조건의 좋다는 뜻도 된다. 이날 은행연합회 기준 은행들의 적금상품은 기본금리(36개월) 상위 5개가 3.85%~4.55%다. 월 한도는 30만원이 3개, 300만원이 2개다. 최고 우대금리를 모두 받아도 6%대인 상품은 없다. 우대금리에 여러 조건을 포함시킨 셈법도 존재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나(은행)의 주거래로 같이 가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주 예고공시는 기업은행 조건이 청년들에게 가장 유리함에 따라 "이대로 가면 기업은행으로 몰릴 수 있겠다"고 다른 은행 관계자는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미 은행들의 '천편일률적' 금리를 언급하며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도 알려졌다. 오는 14일 최종금리 공시 전까지 우대금리 조건을 낮추거나, 우대금리를 줄이는 대신 기본금리를 올리도록 협조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특히 김 위원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은행장들에게 "은행들이 여러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으나 우리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것은 가장 의미있는 사회공헌의 하나"라고 언급하며 이번 정책의 사회공헌 의미를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청년도약계좌 협약식 및 간담회에서 축사를 통해 청년정책을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그 중 하나로 청년도약계좌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금융위)
김주현 금융위원장(앞줄 왼쪽 다섯번째)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청년도약계좌 협약식 및 간담회에서 축사를 통해 청년정책을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그 중 하나로 청년도약계좌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금융위)

■ 만기·5천만원 문턱 높아…현실의 벽  

금리 외 관건은 만기가 꼽힌다. 이는 은행들과 청년의 시각이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 은행 관계자들이 만기가 5년으로 긴 편이어서 해지율이 높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언급했고, 청년들 사이에서도 5년이 고민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청년도약계좌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힌 김 씨(30)의 경우에도 “‘청년희망적금’도 매월 초 거금(월 50만원)이 빠져나가 '청년절망적금'이라고 한다”며 “5년이 좀 길다는 걱정은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간 온도차도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정 씨(32)와 김 씨(25)는 모두 "한 달에 70만원을 어떻게 모을까"고 하소연도 내놓았다. 월세 등 주거 비용과 임금 수준을 고려하면 "적어도 내 주위에선 70만원-5천만원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하고 있다"는 청년들도 많다고 전했다.

실제 온라인커뮤니티에서도 청년도약계좌의 흥행 요인으로는 '금리'를 꼽고, 그렇지 못할 요인으로는 '긴 만기'와 '월 70만원 저축여력이 있는 사람은 정부 지원금을 못 받고, 정부 지원금을 받는 사람들은 70만원을 다 못 채움' 등 여러 의견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운영 개시가 임박하면서 청년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행연합회)
(사진=은행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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