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로봇 상용화 목전인데…여전히 도로주행 ‘불가’
배달로봇 상용화 목전인데…여전히 도로주행 ‘불가’
  • 최창민 기자
  • 승인 2020.07.08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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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 올 하반기 상용화 목표
미국에선 지난 2017년 자율주행 배달 로봇 허용
우리나라는 아직 시험단계…일자리 감소 등 문제도

[화이트페이퍼=최창민 기자] 배달 로봇이 당장이라도 아파트 안으로 들어올 태세다. 배달 시장이 하루가 멀다 하고 커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수요가 늘자 로봇을 이용한 배달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배달 로봇에 본격 도입에 앞서 서둘러 행정적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배달 로봇 도입이 일자리 감소를 가속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어 국내에서의 배달 로봇 서비스 본격화는 좀더 지켜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우아한형제들이 한화건설 포레나 영등포 단지에 공급할 배달 로봇 (사진=한화건설)

지난 2일 한화건설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과 ‘실내 배달 로봇 서비스’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한화건설이 영등포구 영등포동 일대에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 포레나 영등포에 배달 로봇을 설치한다는 내용이다. 한화건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서비스가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가운데 입주민들의 보안과 전염에 대한 우려를 원천차단하기 위해 로봇을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이 포레나 영등포에 공급하기로 한 로봇은 ‘딜리 타워’라고 불리는 배달 로봇으로 지난해 자사의 본사 건물에 두 대를 설치해 시범 운영한 바 있다. 배달원이 건물에 도착해 ‘딜리 타워’에 음식을 넣으면 딜리 타워가 고객이 있는 층까지는 배달하는 방식이다. 배달원이 건물 1층까지만 음식을 배달하면 이후는 ‘딜리 타워’가 전담하기 때문에 배달원은 곧바로 다음 배달에 나설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번에 한화 건설에 공급하게 될 로봇은 지난해 본사에서 시범 운영했던 '딜리 타워'로 올해 하반기 상용화를 앞두고 꾸준히 개발 중이다"라며 "향후 아파트 외에 다른 업종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0년 5월 온라인쇼핑 동향 (표=통계청)

해마다 커지는 배달 시장이 올해는 코로나19를 만나 파이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2020년 5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5월 온라인쇼핑 총 거래액은 12조7221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음식서비스가 77.5% 올랐는데 이는 배달음식, 간편조리식, 건강보조식품 등의 거래가 증가한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배달 로봇이 첫 상용화를 앞둔 가운데 해외에서는 일찍이 배달 로봇을 현장에 도입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설립된 영국 기업 ‘스타십테크놀로지’는 4220만 달러(약 506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목 받았다. 스타십테크놀로지는 현재 코로나19의 여파로 증가한 무인 배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배달 로봇의 수를 늘리는가 하면, 로봇이 들어설 수 있는 주택 수를 늘리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패스트 컴퍼니에 따르면 스타십은 현재 미국에서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와 협약을 맺고 이 지역에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7년부터 버지니아 주를 시작으로 자율형 로봇 배달을 허용했다.

배달 로봇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는 높아가고 있다.

먼저 로봇에게 보도를 허용할지, 도로를 허용할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율주행 로봇은 현재 차(車)로 분류돼있다. 복잡한 도심에서 도보와 도로를 넘나들며 배달을 완수하는 로봇을 보기 위해서는 배달 로봇의 분류를 먼저 지정해야 한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부 지역에 실증 특례를 적용해 배달용 로봇의 보도 통행을 허용한 바 있지만 여전히 시험 단계에 머물고 있다. 관련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반면 배달 로봇 서비스의 상용화가 가져올 우울한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일자리 감소 문제다. 배달업은 대표적인 반복적 육체노동으로 로봇이 대체할 경우 일자리 감소는 필연적이다. 인건비는 계속해서 오르는 특성을 가졌지만, 기술은 발전할수록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배달, 대리운전 등 플랫폼 노동자 수가 최대 54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취업자의 2.0%에 해당한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로 시간이 부족해 재교육 참여가 힘들다고 응답한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표=OECD)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경우를 대비해 마련돼야 할 안전망인 재교육이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OECD가 발간한 고용 전망 보고서 ‘일의 미래(The Future Of Work)’에 따르면 국내에서 업무 관련 시간 부족으로 교육 참여가 어렵다고 응답한 비율이 46.9%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평균(20.1%)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OECD는 이 보고서에서 배달 기사와 같은 저숙련 함정에 빠지기 쉬운 노동자와 취직, 교육 또는 훈련 어느 것도 참여하지 않는 청년 니트(NEET), 고령 노동자 등에 특화된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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