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전통주...'아저씨템'에서 2030의 '가치템ㆍ희귀템'으로 변신
고급 전통주...'아저씨템'에서 2030의 '가치템ㆍ희귀템'으로 변신
  • 이재정 기자
  • 승인 2019.01.22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30세대 뉴트로 열풍과 가치 소비,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특성이 프리미엄 전통주 관심으로 이어져
프리미엄 전통주 제품이 2030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22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아저씨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전통주가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입 주류의 점유율이 늘면서 침체된 국내 주류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통주가 활력제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신세계백화점 우리술방이 선보인 '술방 둘다 도자기 잔 세트'와 하이트진로의 한정판 증류식 소주 '일품진로18년산' (사진=신세계백화점, 하이트진로)
프리미엄 전통주 제품이 2030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22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아저씨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전통주가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입 주류의 점유율이 늘면서 침체된 국내 주류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통주가 활력제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신세계백화점 우리술방이 선보인 '술방 둘다 도자기 잔 세트'와 하이트진로의 한정판 증류식 소주 '일품진로18년산' (사진=신세계백화점, 하이트진로)

[화이트페이퍼=이재정 기자] 프리미엄 전통주 제품이 차별화된 맛과 '의미'로 2030세대의 '가치템ㆍ희귀템'으로 등극했다. 22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아저씨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전통주가 젊은 고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입 주류의 점유율이 늘면서 침체된 국내 주류 시장에 프리미엄 전통주가 활력제가 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터넷몰에 전통주 바(bar)까지 2030에 가까워진 전통주

전통주는 ‘전통 주점’이라는 타이틀을 단 곳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통념이 깨졌다. 최근 주류 리스트에 다양성을 더하려는 바나 각종 레스토랑이 늘면서 전통주도 더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방송의 영향과 미식문화의 발달로 2030 젊은 세대는 강남, 용산, 마포 등 현대적인 분위기의 전통주 바(Bar)에서 얼음, 레몬·탄산을 섞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통주 칵테일을 즐기는 추세다.

전통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에는 전통주가 온라인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고 가격 저항도 많이 없어져서 한 병에 1만원이 넘어도 인기가 좋다"며 "이제는 소비자들이 좋은 재료를 써서 제대로 발효시키고 고급화한 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만 19~59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주류소비 트렌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주종별 음주 빈도의 경우 전통주가 맥주와 소주에 이어 19.2%로 수입와인류 3.2%를 앞섰다. 전통주를 선호하는 비율 또한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싸도 '의미'있다면 지갑 여는 2030

22일 신세계백화점은 주류 장르 고객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 간 전통주를 구매한 2030 고객이 꾸준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2030 고객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2030세대의 뉴트로 열풍과 가치 소비,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특성을 꼽았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단독으로 '술방 둘다 도자기 잔세트'를 설 선물세트로 내놨다.  

신세계백화점은 차별화된 맛 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중요시하는 젊은 층을 고려해 철원 오대쌀로 빚은 전통 청주를 옛스러움과 예술이 담긴 고급 용기에 담았다. 술병에는 젊은 지성인이자 감성 시인인 윤동주의 시 '둘다'를 새겨넣었다. 잔에는 시에서 연상되는 구름, 새 등의 이미지를 입체화가인 박재국 작가가 수작업으로 구현한 작품을 담았다. 

신세계백화점은 상품 하나에서도 ‘의미’를 찾는 젊은 층에게 전통주가 어필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계기로 우리 술이 주요 외교 만찬상에 건배주로 수차례 오른 일을 지목했다.   

지난 2017년 11월 한·미 정상회담,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등에 이어 남·북 정상 회담까지 문배주, 두견주 등 우리 술이 만찬상에 오르며 매출이 껑충 뛰었다. 

신세계백화점은 한 달 평균 100병 가량 판매되던 문배주의 경우 지난 남북정상회담 직후 하루 평균 20병 가량 판매돼 매출이 6배가 늘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본점과 강남점 각 10병씩 한정 판매했던 두견주는 판매 시작 당일 오후에 완판됐으며 추가 입고 문의를 하는 고객들로 매장이 붐비기도 했다.      

비싸도 '희소'하다면 소비하는 2030

하이트진로가 2006년 국내 시장에 출시한 프리미엄 소주인 '일품진로'는 참나무 통에 10년 동안 숙성시킨 고급스러운 제품력과 더불어 일명 '희귀템'으로 젊은 세대의 가심비를 자극한 대표적인 제품이다.

일품진로가 재고 고갈로 결국 단종되자 하이트진로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6개월 숙성으로도 제품력이 우수한 일품진로1924를 내놨다. 

일품진로 판매량은 2013년 9만2000병에서 2014년 25만 병, 2015년 44만 병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다 2016년에는 65만 병으로 수직 상승했다. 2017년에 결국 원액 부족으로 판매가 중단되면서 신기록 갱신도 멈췄다. 

지난해에는 하이트진로가 오래 숙성된 원액으로 일품진로18년산을 6000병 한정으로 내놓자 출고가 6만5000원 제품이 매장에서는 20만원대 고가에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일품진로 제품 라인 모두 물량이 한정적이어서 구하기 힘든 술로 유명해졌고 고급 음식점에서나 겨우, 그것도 단골손님에게만 판매하는 술로 대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고급 주류의 주 고객층인 중년 층 외에 2030세대도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일품진로 제품 보유 인증 사진을 올리는 등 프리미엄 전통 소주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약 3만건에 달하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중 한 사진에는 게시자가 지인들과의 송별회에서 일품진로 18년산을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이 사진을 본 지인이 "맛보셨어요?"라고 댓글을 달자 인스타그램 운영자는 "예...하늘에 은하수를 마시듯 고귀한 마음으로 한잔 한잔 마셨어요"라고 답했다. 또 다른 지인이 자신에게도 한병 달라고 부탁하자 운영자는 "1년에 6천병 한정생산이다. 나도 딱 한병 겨우 구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희소성이 큰 상품으로 자신의 개성과 존재감을 표현하는 2030 세대의 특징이 한정판 프리미엄 전통주로 시장에 나온 일품진로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이어졌다. 

한편 프리미엄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기업 주류 회사들도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에 나서고 있다. 

롯데주류의 경우 올 설에는 한국 대표 청주 ‘백화수복’과 설중매에 순금가루를 넣어 보는 즐거움과 특별함을 더한 ‘설중매 골드세트’, 프리미엄 매실주 ‘설중매 클래식 선물세트’, 프리미엄 증류소주 ‘대장부 선물세트'등 다양한 전통주 세트를 선보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