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자, 놀자...인간은 '놀이'의 동물
놀자, 놀자...인간은 '놀이'의 동물
  • 신상진 시민기자
  • 승인 2011.11.0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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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과 유희 사이... 문화와 밀접한 상관관계

[북데일리]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곧 인도와 차도를 뒤덮는다. 차안에서 반쯤 몸을 내민 사람들이 눈 맞추고 소리치며 큰 소리로 웃는다. 열어 놓은 차 트렁크에 걸터 앉은 사람 셋이 깃발을 흔든다. 이차선 도로 양편이 남여노소 상관없이 뭉쳐 커다란 원을 그린다. 즉석에서 어깨를 겯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사람의 물결은 거대한 용처럼 증식하고 꿈틀거리며 몸부림친다. 운전자들은 요란한 경적으로 이들과 함께하고 있음을 표한다. 2002년 월드컵 8강 확정이 된 날 신촌의 풍경이다. 이 광경은 21세에도 놀이의 역동성과 광포함에 가까운 본능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다. 이토록 모든 일상으로부터 탈출하게 하는 축제란 무엇일까?

<호모 루덴스>(연암서가.2010)는 '놀이하는 인간'에 대한 주석서이자 해설서다. 월드컵 때  우리가 하나되어 열광했던 축제는 바로 놀이의 변형이다.

저자 '요한 하위징아'는 1872년 12월 네덜란드의 북부지방 도시인 호르낭연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무렵에 보았던 카니발 행렬의 아름다움은 그를 평생 축제, 놀이 연구 속으로 이끌었다. 이에 더해 히브리어, 아랍어, 산크리스트 언어에 대한 조예로 비교언어학자의 길을 걸었다. 이후 역사교수로 재직하였고, 나치 정권을 반대한 죄목으로 수용소에 감금되었다가 1942년 석방. 1945년 72세로 세상을 떠났다. 하위징아는 놀이의 본질과 의미를 여섯 가지로 정의한다.

'놀이는 특정 시간과 공간 내에서 벌어지는 자발적 행동 또는 몰입 행위이며, 규칙은 자유롭지만 적용은 엄격하다. 또한 놀이 자체에 목적이 있으며 일상과는 다른 긴장, 즐거움, 의식을 수반한다. 이에 더해 경쟁적 요소와 축제를 거치는 동안 자연스럽게 집단의 안녕과 복지에 이바지 한다.'(42~47쪽)

놀이는 '~척하기'('공주라 하자', '엄마라 하자, 아빠라 하자.', '금 밟으면 죽는 걸로 하자.')가 전제가 된다. 규칙 안에서 그 공간은 완벽히 창의적이며, 역동적이며 유효하다. 더불어 가벼움, 결과에 대한 긴장과 불확실성, 질서정연한 교대, '몰두'함 또한 놀이의 성격이다.

2장에서 작가가 주장하는 건 놀이의 경쟁적 요소다. 영어의 'play'는, '놀이하다, 작용하다, 의례를 치르다, 경쟁하다'라는 개념을 포함한다. 이는 '경기'라는 뜻의 '아곤(agon)'과 상통하며, 의례-축제-드라마 공연을 넘어 '투쟁', '심판'으로 확대된다.(96~100쪽)

놀이와 문화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문화는 놀이의 형태로 발생했고, 원시시대의 생존을 위한 사냥 또한 문화와 유희의 개념을 담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안에 음악, 미술, 시의 원류가 되는 활동들이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이후 4장에서 9장에 걸쳐 법률, 전쟁, 종교, 시가, 신화, 철학, 예술 따위의 영역에서 어떻게 놀이가 기능을 발휘하고 추진시켰는지 보여준다. 놀이는 창조와, 진지성, 온갖 감정의 억압과 인내의 특성과 동시에 자유롭고, 장난스러우며, 거침없는 분출이라는 성격을 갖는다. '놀 줄 아는 인간'은 의식과 언어, 예술성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전투에 대한 얘기들은 대부분 역사가나 연대기 작가의 실록이 아니라 당대와 후대의 서사시와 노래 등 문학 작품 속에 들어 있다.'(191쪽) 이는 전쟁이 언어와 음조를 결합해 새로운 예술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하지만 놀이를 중단시키는 복병이 있다. 진리와 동정, 도덕적 양심, 윤리의식이다.

플라톤은 '인간은 하느님의 놀이를 놀아주는 자'라고 정의한다. 이런 이미지는 구약의 잠언에서 '주님께서는 그 옛날 모든 일을 하시기 전에 당신의 첫 작품으로 나를 지으셨다... 나는 그 분이 세상을 지을 때 그 옆에 있었다. 나는 날마다 그 분께 즐거움이었고 언제나 그 분 앞에서 뛰놀았다(plqy). 나는 그 분께서 지으신 땅 위에서 뛰놀며 사람들을 내 기쁨으로 삼았다."(399쪽)

21세기에 사는 인간은 놀이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다. 또한 자유롭게 '뛰놀기'를 잃어버림으로써 윤리적이지 않은 행위에 오히려 몰두하게 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일과 놀이에 대한 균형감각이다. 작가는 말한다.

"놀이는 삶보다 더 진지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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