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아, 너는 사람을 닮았구나
들꽃아, 너는 사람을 닮았구나
  • 문희 시민기자
  • 승인 2010.11.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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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희망과 위로, 연대와 홀로서기

[북데일리] 길을 가다 가끔 발밑을 쳐다보라. 보도블록 틈새에 자라나는 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털별꽃아재비, 애기땅빈대, 왕바랭이. 이름도 낯선 이 꽃들은 길에서 밟히며 살아가는 잡초들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가난한 우리 이웃의 삶이다. 

<강우근의 들꽃이야기>(메이데이,2010)는 들꽃 이야기를 담은 아름다운 책이다. 2003년부터 6년 동안 150회 걸쳐 쓴 글 중 94편의 들꽃 '사연'을 담았다.

책엔 작고 앙증맞은 꽃들, 화려하고 예쁜 꽃들, 섬세하고 우아한 꽃들이 한아름 들어있다. 꽃과 사유가 적절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책에 따르면 '도깨비바늘'은 속도를 늦추어야 보이는 꽃이며 '조팝나무'는 혁명처럼 피는 꽃이다.  '회양목'은 느리지만 변함없는 지혜를, '꽃다지'는 보잘것없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알려준다. 꽃보다 더 눈에 띄는 점은 들꽃과 사람에 대한 비교다.

‘들꽃은 아무도 돌봐주지 않아도 스스로 살아남는다. 자신의 키를 낮추거나, 꽃 피는 시간을 조절하는 등 여러 가지 생존 방식을 터득해 생존한다. 또 한편으로 들꽃은 여러 풀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본문 중)

들꽃이 사람의 축소판인 셈이다. 특히 저자는 '망초'를 비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한다. 망초는 조선말에 이 땅에 들어왔다. 나라가 망할 즈음부터 자라나기 시작했다 해서 ‘망초’라는 이름을 붙였다. 볼품없고 씨앗에 솜털이 날리는 모양은 쓰레기 더미의 먼지 같다.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아름답다. 이 망초는 망가진 땅에 가장 먼저 들어와 그 죽은 땅을 살만 한 곳으로 만든다. 저자는 언 땅에서 겨울을 나는 망초의 모습이 추위를 견디며 거리투쟁하는 비정규직의 노동자처럼 아름답다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 서기’와 ‘함께 연대하기’를 하는 들꽃에서 삶의 지혜를 깨달을 수 있다. 높은 곳만 바라보는 지친 삶. 가끔 눈높이를 낮춰 이름없는 들꽃을 눈여겨 보자. 때론 위로와 희망을 얻을 수 있을 터이니.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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