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비우는 시간
머리를 비우는 시간
  • 김지숙 시민기자
  • 승인 2010.11.1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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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있기, 휴식, 나태함, 한가함을 즐기라.'

[북데일리] '멍하니 있기, 휴식, 나태함, 한가함을 즐기라.'

다츠노카즈오의 <머리를 비우는 시간>(좋은책만들기. 2010)의 메시지다. 요즘처럼 바쁘게 뛰어도 살기 힘든 세상에서 엉뚱한 소리로 들리기 십상이다. 책은 역설적으로 어떤 삶이 더 가치가 있는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다음은 티모르에서 전해지는 어떤 티모르인과 바쁘게 일하는 직장인과 대화 한 대목.

어떤 티모르인이 매일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는 직장인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언제나 땀을 뻘뻘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데, 왜 그렇게 죽도록 일하죠?" "그야 열심히 일해서 승진하고 돈도 더 많이 받으려는 거죠." "돈은 더 많이 받으면 뭘 할 건데요?" "부지런히 저축할 겁니다." "그렇게 부지런히 저축해서 뭘 할 건데요?" "경치 좋은 바닷가나 푸른 초원에 별장을 지을 겁니다." "별장을 지으면 뭘 할 거죠?" "거기서 느긋하게 낮잠이라도 자며 시간을 보내야죠." 그러자 티모르인이 웃으며 말했다. "아, 그렇군요. 우린 이미 지금 여기서 매일 느긋하게 낮잠을 즐기는데요..."(12쪽)

이 책은 여러 문학 작품 속에 담겨있는 '여유'를 찾으며 '머리를 비우는 시간'의 중요함을 서술한다. 특히 인상깊은 부분은 미하엘 엔데의 걸작 [모모]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모는 시간도둑들이 마을사람들에게서 '시간'을 빼앗아간다는 내용이다. 시간도둑들의 사기를 눈치챈 모모는 마을사람들을 구해낸다. 모모는 어떻게 눈치챘을까? 저자가 말하는 이유는 모모가 언제나 밤하늘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쓸데없어 보이는 행동들이 때로는 다른 시각으로 생각하고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어째서 우리는 이토록 인생을 허비하면서 조급하게 살고 있는 걸까"라고 말한 것은 19세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이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때 보다 훨씬 더 조급하고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 이렇듯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과 시간을 다투는 일 속에 빠져 살다가는 죽을 때가 되어서야 여유를 찾겠는가? 이 책을 통해서 삶을 소중히 여기며 '오늘'이라는 날, '지금'이라는 시간을 느긋하고 평온함 가운데 놓아보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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