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범죄로 얼룩진 현대사의 기록
국가범죄로 얼룩진 현대사의 기록
  • 문희 시민기자
  • 승인 2010.11.10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권을 유린한 사례... 미래를 위해 청산 필요

[북데일리] 클라우스 바르비. 그는 '리옹의 도살자'라 불린 악명 높은 자였다. 히틀러와 나치즘의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해, 고문하였다. 프랑스 정부는 볼리비아에 숨어 있던 그를 인도받기 위해 비행기 한 대분의 무기와 3천 톤의 밀, 5천만 달러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전쟁범죄"의 이유로 사형판결을 받았지만 시효가 지난 관계로 형을 집행할 수 없었다. 결국 "인도에 반한 범죄"의 죄목으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리옹의 교도소에서 사망했다. 위의 사례는 "국가범죄"를 저지른 죄인을 프랑스 정부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처리했는지 잘 보여준다.

사회계약론에서 국가는 개인의 행복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지역 사회적 경계선이다. 하지만 역사를 통해 배운 국가는 전혀 다르다. 주로 가진 자들의 편에 서왔으며 개인의 인권은 권력에 의하여 유린당해왔다. 이러한 행위를 ‘국가범죄’라 한다. 그 범주는 해직과 숙청부터 정치적․인종적․민족적․종교적 이유 등으로 자행된 집단 살해까지 다양하다.

우리의 역사는 국가범죄로 얼룩져 있다. 이 얼룩을 제거하지 않은 채 다음 세대로 가는 일은 멍에를 짊어지고 가는 일과 같다. <국가범죄>(앨피,2010)는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그림자’와 그 청산의 해법에 대한 기록이다.

이 책은 과거에 자행되었던 국가범죄의 사례를 우리나라와 다른 여러 나라를 연결 지어 분석한다. 이어 범죄의 청산 목표와 방법에 대해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총 13개장마다 그 주제에 해당하는 사례와 문제를 ‘관련 자료’로 추가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높인다.

그 한 예는 4장(章) ‘배상적 정의’다. 책은 ‘위안부 할머니들은 왜 일본의 국민기금을 거부하는가?’를 사례로 들었다. 국가범죄의 ‘처벌’과 ‘배상’은 정의의 여신 유스티치아의 양 저울과 같다. 오히려 가해자 측이 처벌을 회피하고자 배상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이기에 국가가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국민기금’으로 배상하겠다는 의도는 피해자가 불쌍하다며 은혜를 베푸는 차원에서 위로금을 준다는 뜻이다. 이는 정당한 법적 배상을 외면하여 희생자들의 인권을 또 다시 유린하는 행위이다.

7차 교육과정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에는 유독 기억에 남는 사진이 있다. 이는 1970년 12월 7일 당시 서독의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가 독일 국민 전체를 대표해서 나치를 만행을 사죄하는 사진이었다. 그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다.

물론 독일의 정치 사범들이 모두 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들이 다시 돌아오거나 그들의 슬픔이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들의 모습은 하나의 이상과 같았다.

2010년은 국치 100주년, 한국전쟁 60주년, 4.19혁명 50주년, 5.18 민주화 운동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때 우리는 최소한의 정의를 이룩하였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부러진 다리로는 걸을 수 없다. 부러진 뼈를 다시 맞추기 위해서는 잠깐이지만 큰 고통을 겪어야 한다. 부러진 다리가 다시 붙고 그 이후에 더 잘 걸을 수 있듯이, 과거 청산 또한 그러하다. ‘국가범죄’는 법적 청산이 필요한 문제이다. 그것이 과거를 넘어 미래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