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정규직은 안심? 자본엔 자비가 없다
[화제의책]정규직은 안심? 자본엔 자비가 없다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1.20 0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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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동자 외침 "안전하다, 나와 상관없다는 어불성설"

“난 정규직이야. 누가 나를 건드려?”

[북데일리]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 권미정 씨가 투쟁 현장에서 한 정규직에게 들은 말이다. 정규직은 안전하다는 생각, 비정규직 문제는 남의 일이라는 인식, 과연 맞을까.

권 씨는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말한다. 신간 <곰들의 434일>(메이데이. 2008)에서 그녀는 “지금 자본은 조금 쉬운 비정규직을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있을 뿐”이라며 “정규직이어서 안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해 사전정비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이런 ‘다음 타깃은 정규직’이라는 경고는 비정규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 무관심하다. 비정규직 문제는 ‘그들만의 고민’이라고 여기는 게 보통이다. 이는 수많은 비정규직 관련 투쟁에서 정규직은 나 몰라라 하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노조가 외면했던 일을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끝난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에서 정규직 노조 간부들이 보여준 헌신이 특별히 주목 받은 것도 그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저자는 비정규직 문제를 ‘노동과 자본의 대립’이 아닌 ‘노동과 노동 내부의 차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쉽게 말하면 이런 거다.

비정규직 문제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건 정규직과의 차별이다.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 정규직 보다 훨씬 못한 대우를 받는다. 게다가 정규직노조는 비정규직의 가입을 꺼린다. 밥그릇을 뺏긴다는 우려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차별에 주목한다.

그러다보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이미 답은 나와 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지 못하는 ‘비정규직보호법’이나 허울뿐인 ‘차별 시정’ 등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덮으려는 모습이 그 결과다. 이를 두고 저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문제인 것은 맞지만, 그 차별이 문제라는 것이 자본과 노동의 대립각을 대신해선 안된다”며 “비정규직 존재 자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일갈한다.

“직무분리를 하고 있는데, 지금 정규직이 하는 업무나 비정규직 업무로 전환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나. 지금 유통매장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계산대 업무는 원래 정규직 업무였다. 그것을 비정규직화하기 위해 자본은 정규직들을 그 업무에서 다른 곳으로 전환배치 시킨다. 그러면 당장은 정규직으로 남은 듯 하지만 다시 또 다른 업무를 비정규직화하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착착 수순을 밟아 정규직을 비정규직화 한다는 이야기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아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비정규직 임금을 빼앗아가는 노동자로 끊임없이 공격당한다는 게 첫째, 회사가 있어야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논리로 높아지는 노동 강도를 감수해야 한다는 게 둘째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저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연대,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투쟁을 꼽는다.

“비정규직 문제의 끝은 정규직화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주체를 만드는 것이며 노동의 유연화와 노동자를 위계 서열화 하는 것에 맞서는 것이다. 여전히 위험한 상태인 정규직화가 비정규직 철폐의 목표는 아니다. 자본의 고용유연화, 임금유연화에 맞서고 노동자를 갈라놓고 고용형태별로 위계화하는 것에 맞서 함께 싸우는 것이다. 노동자의 계급의식을 갖고 단결하는 것이다.”

책은 지난 8월 끝난 뉴코아 노조의 파업 기록을 담았다. 하지만 단순한 일지는 아니다.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과, 이로 인해 발생할 위험천만한 상황을 경고한다.

갈수록 비정규직의 입지가 좁아지는 요즘이다. 경제 악화로 정규직의 처지 또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저자의 다음과 같은 외침이 차갑다. 추워진 날씨 때문만은 아닐 터다.

“자본의 공격은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회사의 성장이요 이윤확대일 뿐이다.”

(사진제공=메이데이, 참세상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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