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해치는 ‘지방’을 법정에 세우다
건강 해치는 ‘지방’을 법정에 세우다
  • 이동환 책전문기자
  • 승인 2008.11.1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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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 음식 상식의 오류와 맹신 고발

[북데일리]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라 합리화하는 동물이라는 말이 있다. 이 책 <불량 음식>(열대림.2008년)을 읽으면서 인간은 온갖 편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합리화하고 있는 모습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음식에 대한 편견 중에서 ‘지방’에 대한 부분은 마치 법정의 다툼을 보는 바와 같이 격렬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들이 진실을 알고 있는지, 반면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를 법정의 다툼처럼 구성해본다면 어떨까!

일군의 사람들이 ‘지방’을 법정에 고발했다. 그들은 ‘지방’이 우리의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도 앗아가고 있다고 고발이유를 밝혔다. 그들을 보통 ‘지방 제한론자’라고 부른다.

‘지방 제한론자’들은 우리가 지방을 섭취하면 비만이 되고, 동맥에 침전물이 쌓이기 쉽다고 얘기한다. 특히나 젊은 여성들의 경우에는 로우 팻(low fat)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 지방(anti-fat)까지 주장하고 있다. 젊은 여성들에게 최대의 적은 바로 비만이기 때문에 지방 제한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지방을 ‘소리 없는 살인자’라 칭하고 있으며 비만의 핵심인자로 보고 있다. 이 시대에 비만은 모든 성인병의 원인이며, 여자들은 이를 더욱 나쁘게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비만이 여성의 아름다움을 해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은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들은 ‘지방 옹호론자’라 불린다.

지방 옹호론자들은 지방 제한론자들의 견해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지방은 너무나 중요한 영양성분일 뿐이며, 여러 과학적 데이터에 나타난 결과는 과장되었다. 심지어 포화지방 조차도 그토록 악명 높을 까닭이 없다.” 게다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지방 식이를 하면 중년 층 남자들에게서 심장병 발병을 줄여주기는 하지만 다른 질환(다양한 심장 관련 증세를 포함하여)에 대해서는 질병의 감수성을 높인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또 최근 이루어진 폭 넓은 연구에서는 지중해식 식이를 하는 동안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나 그럴 경우에도 실제 콜레스테롤 프로파일의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히면서 옹호론자의 목소리에는 좀 더 힘이 들어갔다.

이렇게 양측의 의견은 팽팽하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지에 대해서 재판부는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재판장은 전문가들을 불러 그들의 의견을 듣기로 한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한마디로 말하면, 지방이 건강을 해치는지 아니면 좋은지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다고 말한다. 확실한 결론을 내기위해서는 대규모로 실험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방이 몸에 이로운지 해가 되는지를 확실하게 알아내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포화지방의 소비가 정말로 때 이른 죽음의 원인인지 아니지를 알아보려면 건강한 지원자들을 양껏 불러 모아서 무작위로 그룹을 나눈 다음 정기적으로 신체검사를 하며 사망할 때까지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과연 수천 명의 지원자를 모을 수 있을지, 그리고 연구 기간이 수십 년이 넘어가고, 그만큼 비용도 엄청날 텐데, 그리고 참여자들의 식이가 포화지방만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비슷해야 하는데, 지시된 대로 식사를 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포화지방이 유해하다는 전제로 이런 실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윤리적인 반대에 직면할 수 있기에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재판장은 판결을 해야 할 시기가 왔음을 안다. 하지만 그는 고민에 빠져 있다. 그러나 그는 결심한 듯 판결문을 읽는다. “지방을 우리의 식단에서 없애야 한다는 고발사건에 대해서 재판부가 양측의 주장을 들어봤으며, 또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재판부는 지방이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이 결정은 미래의 재판에 넘기는 편이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또 다른 편견을 알아보기로 하자. ‘하루에 사과 한 개를 먹으면 평생 건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과연 이 말이 사실일까. 결론은 아니다. 그러면 우리들은 그동안 속아왔다는 것인데, 사과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틀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과가 그처럼 좋은 평판을 얻을 만한 다른 요소라도 있었다는 것인데.

음식의 역사에서 사과에 필적할 정도로 전설적 지위를 누린 과일과 채소는 없었다고 말한다. 스미소니언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나 시, 우화, 신화에서부터 종교 서적에 이르기까지 사과만큼 자주 등장하는 과일은 없다고 한다. 특히 미국인들이 어릴 때부터 듣고 자라는, 전설적인 주인공 조니 애플시드의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렇기에 사과는 비타민이 발견되기 전부터 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한 과일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연식품’ ‘신선함’ ‘지방 없음’ 등 20세기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어들이 모두 사과에 해당하는 단어들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주 쉽게 사과를 최고의 식품으로 여기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영양학적으로 보았을 때 사과는 완전히 과대포장된 것이라는 것이 영양학적인 연구 결과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소금, 설탕, 이이스크림, 감자, 햄버거 등에 대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식은 과학적인 결과에 의한 판단이 아니라 잘못된 근거에 의거해 오류와 편견에 빠져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가 궁금하다. 마이클 E. 오크스는 영양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이다. 그는 음식과 영양에 관한 심리학을 파헤친 책을 출간해왔다고 한다. 이 책도 이전의 책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이 음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많은 상식이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영양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이기에 이런 책을 쓰기에 더 적격인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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