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 멜라민 분유, 고무은어... 대체 왜?
[화제의책] 멜라민 분유, 고무은어... 대체 왜?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16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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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엄청나게 싼 가격 뒤엔 척박한 노동환경

[북데일리] 요즘 중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하나같이 충격적이다. 멜라민 분유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더니, 며칠 전에는 이름도 생소한 ‘고무은어’가 화제가 됐다. 이는 부패방지를 위해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가둔 은어가 고무처럼 질기다고 해서 붙여진 ‘악명’이다.

왜 자꾸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대체 중국에선 매일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신간 <차이나 프라이스>(황소자리. 2008)는 이런 의문에 속 시원히 답을 준다.

저자 알렉산드라 하니는 중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중국 제품의 싼 가격, 즉 ‘차이나 프라이스’에서 찾는다. 지나치게 싼 가격 이면에 숨겨진 온갖 부정, 부패가 추악한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

기막힌 예를 하나 들어본다. 2006년의 일이다. 중국 선전의 한 공장에 납품공장을 시찰하는 월마트의 한 이사가 도착했다. 말끔한 설비와 노동자들의 밝은 모습을 둘러 본 그는 칭찬을 남기고 떠났다.

하지만 그가 본 건 전부가 아니었다. 극히 일부만 봤을 뿐, 진실은 따로 있었다. 그 공장은 이른바 ‘그림자 공장’이었다. 자신들이 노동시간과 같은 여러 규정을 잘 지킨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모델 공장’이었다. 다른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일주일 내내 하루도 안 쉬며 11~12시간씩 일했다.

그렇다면 이런 공장을 운영하는 중국만 나쁜 걸까. 저자는 납품업체 사장 챈의 말을 인용해 다국적 기업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챈의 고백이다.

“그들은 값싼 제품을 필요로 하지요. 그들이 만일 한쪽 눈은 뜨고 한쪽 눈은 감지 않는다면, 값싼 제품을 제공받을 수 없거든요.”

책은 시종일관 중국의 척박한 노동 환경을 고발한다. 다음은 중국 여공들의 기숙사를 묘사한 부분이다.

“중국 남주지방의 여공들이 기거하는 방들은 하나같이 길이는 길고 폭은 좁았다. 바닥에는 차가운 회색 타일이 깔렸고, 천장에는 형광들이 두 줄로 매달려 있었다. 방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좁고 어두운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자기로 만든 변기가 놓여 있었다. 그곳이 화장실이었다. -중략- 방에는 2층 침대가 한 쪽에 세 개씩, 모두 여섯 개 놓여 있었다. 이 침대들은 어찌나 가까이 붙어 있는지, 두 줄로 늘어선 침대 가운데에 스툴을 놓고 이 지역 특산 과일인 여주를 간식으로 먹을 때면, 양쪽에 있는 침대 어디에서건 손이 닿을 정도였다.”

책을 읽는 내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독자가 많으리라 본다. 중국을 낮춰 보는 근거가 될 만하다며 쾌재를 부르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우리에게 그럴 자격이 있을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저자는 전세계 소비자들도 차이나 프라이스의 공범이라고 꼬집는다.

“비록 책임은 중국 정부에 있지만 이에 비해서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책임이 전세계 소비자들에게도 있다. 우리가 30달러짜리 DVD 플레이어와 3달러짜리 티셔츠를 원하는 한 중국의 보석공장에는 여전히 먼지가 가득 차 있을 것이고, 불법 탄광은 계속 생겨날 것이고, 열여섯 살도 되지 않은 어린 노동자가 자정이 넘도록 공장에서 일할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는 모두 중국 가격의 당사자들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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