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의 `집`을 보면 결혼하고 싶어져"
"김환기의 `집`을 보면 결혼하고 싶어져"
  • 북데일리
  • 승인 2005.11.1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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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_집_을 보면 결혼이 하고 싶어져. 심각할 정도로...-_-;; (최근에는 아예 이 그림을 엽서로 사다가 대문에 부적처럼 붙여놓았지) 김환기는 천재시인 이상의 마지막을 지켰던 여인, 김향안(본명 : 변동림)과 재혼했지. 김향안은 김환기의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아름다운 뮤즈로 김환기는 김향안의 든든한 정신적 기둥으로 그렇게 둘은 평생 같은 꿈을 꾸고 살았지. 나도 언젠가는 한 남자에게 그런 영감을 주는 뮤즈로 남고 싶어." - 블로그 <일.상.예.찬>(http://blog.naver.com/luvhill) 운영자 `제스`의 글 `김환기와 김향안` 중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평생 부부로 외로움을 공유하고, 영감을 교우하는 동료 예술가로 살아 죽음으로부터 자유롭다면 그 둘의 `같은 삶`은 행운이고 또 축복이다.

게다가 그 두 사람의 예술작품으로 인해 한 사람이 `부적같은 희망`을 갖고 뮤즈를 꿈 꾼다면, 두 사람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도 또 행운이고 축복일 터.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개척자인 수화(樹話) 김환기(金煥基. 1913~1974)와 그의 아내이자 미술가이며 영감의 원천인 뮤즈, 김향안(金鄕岸. 1916~2004).

남편이 쓴 단문과 일기에 다채로운 드로잉화를 곁들여 다시 엮어낸 에세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환기미술관. 2005)와 아내가 쓴 산문, 일기들과 한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와 주변의 사진기록을 함께 엮은 수필집 <월하(月下)의 마음>(환기미술관. 2005)은 부부와 꼭 닮아있다.

"아내는 내가 술을 마시든 게으름을 피우든 아무 소리가 없다. 돈을 못벌어 오는데도 아무 소리가 없다. 먹을 것이 있든 없든 항상 명랑하고 깨끗하다. 아내는 능금을 좋아하는데, 궤짝으로 사다두고 먹여본 적이 없다." - 52년 김환기 `신천지` 기고문 `산처기(山妻記)` 중

"일찍 죽어서 억울하고 오래 살아서 더 유감스럽고 아무도 자기의 죽음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죽음은 항상 억울하다. 이집트 여행을 하고 돌아와서 피라미드 하나를 그렸다. 이것은 우리들 사당에 걸릴 그림" - 83년 김향안 ‘이집트 작업노트` 중

아내는 지난해 남편이 죽은 지 꼭 30년만에 부부가 함께 11년간 살던 뉴욕에서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아내는 남편의 예술혼을 후대에도 꺼트리지 않기 위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미술관을 세우고 작품세계를 세상에 알렸다.

천재시인 이상(李箱)의 부인이었던 아내는 한 일본 시인의 소개로 44년 이미 세 아이를 둔 남편과 부부가 됐다. 55년 아내가 파리로 그림 유학을 떠나고 남편은 1년 뒤 아내를 뒤따라 가 부부가 함께 공부와 작품활동을 병행한다. 부부는 64년부터 뉴욕에 정착하면서 파리와 뉴욕의 현대예술을 경험하며 `환기 미술`을 완성해 간다.

아내는 한국예술사에 한획씩 그은 `시인 남편`과 `미술가 남편`을 기리고 그 예술세계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인의 아내 4개월, 미술가의 아내 30년을 이렇게 회고했다.

"시인 남편은 가장 천재적인 황홀한 일생을 마쳤다. 그가 살다간 27년은 천재가 완성되어 소멸되는 충분한 시간이다... 천재는 또 미완성이다. 화가 남편은 지치지 않는 창작열을 가진 예술가의 동반자로 살 수 있었음은 행운이었다" - 86년 <문학사상> 인터뷰

(그림 = 1. 김환기 作 `집` 2. 김향안 作 `산보`와 `몽블랑`) [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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