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코스닥 공모주 청약 러시...'반갑지만 않은 이유'
이달 코스닥 공모주 청약 러시...'반갑지만 않은 이유'
  • 이혜지 기자
  • 승인 2016.10.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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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강소기업 상장 문턱 낮춰" ...증권사 "중소기업 유치 돈 안돼"

[화이트페이퍼=이혜지 기자] 10월 들어 무려 16개 기업이 공모주 청약에 돌입한 가운데, 이 중 14개가 코스닥에 상장한다.

기술력이나 성장성은 있지만 자본 여력이 부족했던 중소기업을 유치해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한 한국거래소, 금융위원회의 노력과 지원이 더해진 결과다.

그런데 상장을 유치한 금융투자업계 내에선 중소기업의 IPO 유치는 대기업 만큼 이익이 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다. 

■ 10월 공모주 청약 16개 예정, 이 중 코스닥만 14개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10월)에만 총 16개 기업이 IPO 청약을 실시한다.

눈에 띄는 것은 이달에 청약을 실시하는 기업 가운데 87%(14개)가 코스닥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잉글우드랩을 시작으로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스마트폰 기능성 방수 테이프제조업체 앤디포스가 투자자를 유치한다.

이어 6일부터 7일에는 무선통신 전문 시험인증 기업 에이치시티와 글로벌 위성안테나 전문기업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가 투자자를 모은다. 이외 코스닥 상장을 계획중인 금세기차륜(10일~11일), 서플러스글로벌(10일~11일), 그레이트리치과과기(17일~18일), 코스메카코리아(18일~19일), JW생명과학(18일~19일) 등의 청약이 예정돼 있다.

반면 코스피 기업의 공모주 청약은 2개에 그친다. 오래전부터 회자됐던 두산인프라코어 자회사 두산밥캣이 12일부터 청약 예정이고, 자동차용 플라스틱 부품 업체 프라코가 27일 투자 고객을 모집한다.

■ 금융당국 "기술력 있는 강소기업 상장 문턱 낮춰야" 분위기 조성

유난히 이달 들어 코스닥 기업의 공모주 청약이 몰린 까닭은 강소 기업들의 상장 유치를 위한 금융당국의 노력이 분위기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적자 기업도 성장성을 갖췄다면 상장을 허용하는 일명 ‘테슬라’ 요건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정책에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 회사가 적자 상태에서 나스닥에 상장한 성공 사례를 본보기로 삼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금융위는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에 한해 상장·공모 절차를 완화해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장범식 금융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 상장·공모시장의 운영방식의 틀을 바꿔야 한다”며 “성장잠재력이 큰 혁신적 기업이 자본시장을 통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상장 주관사가 수요예측 등 절차 없이도 공모가를 산정하거나 공모가 산정 시 다양한 기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이달 공모주를 청약하는 주관사도 고르게 분포돼 있다. 대형사, 중소형사 너나 할 것 없이 기업 상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공모주를 청약하는 증권사와 그 수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3개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KB투자증권 각각 2개,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신영증권, 이베스트증권, IBK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이 각각 1개씩이다.

일각에선 이달에 코스닥 기업 상장이 많이 몰린 것은 11월에 상장 예정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IPO 종목 중에 가장 핫하다. 이는 블록버스트 영화가 상영하는 기간에 다른 영화들이 개봉을 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피하기 위해 몰렸단 분석도...금융당국·투자업계 소통 필요

하지만 이틀꼴로 진행되는 '공모 이벤트'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반응은 다소 차갑다. 작은 중소기업 여럿을 유치한다 한들 대기업 1개 상장을 돕는 것만큼 이익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많이 상장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IPO 종목을 투자해 수익을 낼 수 있으냐 없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한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IPO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느냐, 투자할 만한 섹시한 IPO 종목이 있느냐가 관건이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건전한 자본시장을 육성'이라는 목적만을 내세우기 보다 금융투자업계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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