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한 가지 선택을 강요한 시대가 주는 혼돈과 아픔
'밀정', 한 가지 선택을 강요한 시대가 주는 혼돈과 아픔
  • 황미진 기자
  • 승인 2016.09.08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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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단순히 독립운동가와 일제의 대결를 그린 영화가 아니다. 독립운동가와 밀정 두 가지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당해야 했던 시대의 아픔과 혼란을 그리고 있는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걸까.

지난 7일 개봉한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영화다.

일제강점기는 우리 민족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암울하고, 가장 비참한 시기다. 그렇기에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들의 분위기는 대부분 비슷하다. 독립운동가들은 비장하고, 친일파로 불리는 민족반역자들은 교활하며, 일제 경참들은 잔혹하다.

어쩌면 내용이 너무 뻔히 보이는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다룬 흥행작엔 천만영화에 등극했던 '암살'이 있다.

'암살'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등장인물들간의 치열한 두뇌 싸움과 음모, 배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케이퍼 무비로 해석했기 때문.

'밀정'도  김지운 감독의 세련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잡아야만 하는 자들과 잡힐 수 없는 자들의 사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서로를 이용하려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이 숨가쁘게 펼쳐지는 긴장감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밀정'이 기존의 영화들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의열단과 밀정이 선악으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의 명분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는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를 속여야 하는시대가 만들어 낸 비극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나라를 헌신짝처럼 버린 조선의 기득권층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조선왕조 시스템의 억압을 견디다 못해 살길을 찾아 일제의 부역자가 된 이들은 어떻게 봐야할까?

우리 민족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암울하고, 가장 비참한 시기를 다루고 있는 '밀정'이 관객들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전국 극장가에 절찬리 상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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