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월간 <플랫폼>(인천문화재단 발간) 이 그 해답을 모색해 봤다.
오는 25일 발간될 제9호 <플랫폼>(5,6월)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넘나드는 무협의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영화평론가 안시환의 글. 그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중국의 무협영화를 점검했다. 안시환은 “<천녀유혼>(1987)과 같은 무국적 판타지 SF무협영화는 홍콩반환(1997) 이후 감독 장 이머우 등에 의해 서구와 다른 ‘중국’을 상상하게 하는 하나의 중화주의 이데올로기로 변질되어가고 있다”고 전한다.
영화평론가 박부식의 견해 또한 주목할 만하다. 그는 “주성치의 영화가 중국영화의 글로벌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영화에서 외세, 자본, 야비한 술수를 넘어서는 선한 중국인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내셔널 시네마로 기능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문학평론가 강경석은 지적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소룡 영화를 중화민족주의의 소산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그에 따르면 중국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화교 이소룡에게 ‘중화민족공동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강경석은 “오히려 이소룡의 인기비결은 민족과 개인을 넘어서는 ‘순수 분노’의 추구”라고 분석한다.
<소설 영웅문>과 진 용(金庸)의 <사조삼부곡>은 다른 별 개의 텍스트라고 주장하는 목포대 임춘성 교수의 분석 역시 눈길을 끈다. 그는 “진용의 작품은 중국에서 무협소설, 애정소설, 역사소설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읽히는 반면, 한국에서 <소설 영웅문>은 무협소설 요소만을 가져와 조악하게 재구성한 텍스트”라고 설명한다.
<플랫폼>은 ‘자유로운 탈중심의 세상’을 지향하는 아시아문화비평지. 이번호에선 중국현대문학과 상임부관장 리 롱성과의 인터뷰, 첫 선을 보이는 기획 ‘동아시아 장소의 시간을 찾아’, <기획논단> ‘제국의 국경은 안전한가?’ 등을 다채롭게 실었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