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 이런일이] 수락산 용의자 묻지마 살인 '죄책감도 없어'... 죄책감없는 살인의 조건
[책속에 이런일이] 수락산 용의자 묻지마 살인 '죄책감도 없어'... 죄책감없는 살인의 조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6.05.30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범했던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 신혜원 옮김 | 지식의숲

              30일 오전 노원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는 용의자 Ⓒ뉴스1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수락산 여성 흉기피살 용의자가 서울 노원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피해자와 모르는 사이라고 진술했다. 묻지마 살인은 피해자에 대한 원한도 없지만 더 경악하는 것은 죄책감도 없다는 것이다. 죄책감 없는 살인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의 사회학자 트로이 더스터에 따르면 죄책감 없는 살인이 일어나려면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그는 베트남 전범들의 조사를 통해 몇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가장 일반적인 조건은 희생자들에게 인간의 지위를 빼앗은 것이었다. 희생자들은 열등한 종족, 유충, 쓸모없는 식충, 국민에게 유해한 기생 동물, 살 가치가 없는 존재 등 비인간화를 통해 인간의 동등한 지위를 박탈한다.

두 번째 조건은 개인이나 한 사회의 불행을 희생자나 어떤 소수 집단에 투사시키는 것이다. 과거 유대인과 집시가 그랬다면, 오늘날에는 외국인 난민, 망명자들이 대상이다.

세 번째 조건은 집단 도덕의 발생이다. 갱, 테러 조직, 청년 단체, 간호 단체 등 전제적인 체계 안에서도 발견된다. 이런 집단 도덕은 각 사회의 법에 어긋난다 해도 집단의 일원들에게는 강한 구속력을 갖는다.

이런 사항을 지키지 않은 일원들은 정치적 암살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한 처벌을 감수하는데, 흔히 공공의 침묵적인 허용을 전제로 한다. 쿠바 미 해군 기지 안에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가 대표적이다.

네 번째는 표적 집단의 존재고 다섯 번째 조건은 원초적인 반사 혹은 악한 이데올로기에 근거하는 동기 부여다. 나치가 저지른 대규모 집단 학살도 이와 다르지 않다.

<평범했던 그는 왜 범죄자가 되었을까>(지식의숲.2015)가 전하는 내용이다. 최근 곳곳에서 일어나는 여성피해 살인사건에 정부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강제입원’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극단적인 상황에 극단적인 대안으로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태도다. 책이 말하는 죄책감 없는 살인은 무책임한 제도로도 가능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