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행관련 책이 쏟아지고 있다. 여행 후의 사색, 이색풍경을 모은 책들이 인기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중, 한눈에 쏙 들어온 책이 있었다. 바로 <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샘터. 2006)였다.
지은이 정희재는 여행가라기 보다는 순례자에 가깝다. 사실, 처음부터 순례를 목적으로 떠난 것은 아니었다. 티베트 친구들을 만나며 삶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하나 둘, 기록하며 새 삶을 맞았다.
“수천의 생을 반복한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라. 사랑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 입보리 행문
친구의 자살, 어머니의 죽음, 티베트 친구의 자살 등. 삶의 고단한 흔적들. 저자는 이 모든 기억을 티베트 순례를 통해 끌어안게 된다. 특히, 고층건물에서 뛰어내린 친구 이야기는 눈물겹게 읽힌다.
‘그녀가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그녀의 별로 돌아갔다고 믿고 싶다……중략…… 동갑의 나이에 만났으나 그녀는 어느 순간 나이 먹기를 멈췄고, 나는 그녀가 살지 않는 나이를 살아가고 있다. 이 사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앞으로 나는 알아내야만 한다.’ - 본문에서
순례 길 에 만난 티베트 친구들의 마음씀씀이에 감동 받았다는 저자. 그는 사랑할 힘을 얻는다. 그리고 사원법당에 엎드려 이렇게 기원한다.
“ 업이 깊습니다. 부디 태워주소서. 후회를 모르는 흰 뼛가루처럼”
“ 우리들의 업이 깊습니다. 우리의 고통을 태우소서!”
지은이의 글은 위로와 격려를 준다. 그 스스로가 여행을 통해 성장하고 치유받았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세상 모든 바람이 모이는 곳, 티베트로 떠나고 싶던 때가 있었다. 이 책은 그 소망을 부추겼다. 내 안에서 조용하던 휘파람이 책을 읽고 난후 돌개바람이 되었다. 그 바람 따라 티베트로 가고 싶어졌다. 가슴에 박힌 얼음가시를 품으러, 사랑을 배우러.
(사진 - http://blog.naver.com/soulpond/140021490434)
[이인 시민기자 special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