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매쟁이가 없으면 결혼도 못했다?
중매쟁이가 없으면 결혼도 못했다?
  • 북데일리
  • 승인 2008.01.1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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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중국 전통사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마을에 혼기가 찬 남자 갑과 여자 을이 있었다. 둘은 서로 사랑했다. 다행히 조건이 맞아 부모들도 그들의 사이를 인정했다.

혼인을 시키려던 찰나, 이들은 좌절했다. 결혼에 필요한 필수조건 하나가 부족해서였다. 도대체 무엇인 문제였을까.

답은 <중국 남녀 엿보기>(에버리치홀딩스. 2008)를 보면 알 수 있다. 저자 이중톈은 “중국 전통사회에서는 혼인을 하려면 남녀 쌍방 모두 ‘중매자의 말’을 거쳐야만 합법적인 부부로 인정받았다”고 전한다. 위의 갑과 을은 단지 중매자가 없다는 이유 하나로 주저앉아야 했던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정말 중매자가 없어서 늙도록 시집 못 간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고 말한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기가 찰 노릇. 어떻게 이런 일이 일이 발생했던 걸까.

책에 따르면 중국 전통사회에서 혼인은 일종의 사회적인 행위이자 약속이었다. 때문에 공증과 승인을 거쳐야만 했다. 당시에는 이를 중매자가 담당했다. 과거 서양의 신부와 교회, 오늘날 중국의 혼인등기처의 역할을 맡았던 셈이다.

그래서 젊은 남녀는 자기들끼리 대사를 결정할 수 없었고, 이는 집안끼리도 마찬가지였다. 반드시 처음부터 끝가지 중매자가 나서야 했다.

이런 중매자의 강력한 권한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어울리지 않는 짝을 지어주거나 사이좋은 청춘남녀를 갈라놓는 일이 비일비재 했던 것. 이에 송대의 원채는 <세원>에 “만약 그 말을 가볍게 믿고 성혼을 하면 속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부부가 서로 반목하고 갈라서는 일도 일어났다.”고 썼다.

이 같은 연유로 중국인들은 중매쟁이에 의존하는 한편 싫어하고 미워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혼례를 거행할 때 중매쟁이를 때리고 욕하고 심판하는 순서를 넣어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문학이나 희곡작품에서 중매쟁이를 대부분 우스꽝스럽고 부정적인 인물로 묘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책은 과거 중국의 남녀관계와 혼인제도, 성과 사랑을 다룬다. 현재 중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꼽히는 저자의 입담이 돋보인다.

[김대욱 기자 purmae33@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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