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9명이 말하는 `내 인생의 글쓰기`
작가 9명이 말하는 `내 인생의 글쓰기`
  • 북데일리
  • 승인 2008.01.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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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한 데 모였다. 책 <내 인생의 글쓰기>(나남. 2008)에서다. 글을 실은 이는 모두 9명. 시인 김용택, 신달자, 도종환, 안도현, 소설가 김원우, 성석제, 안정효, 우애령, 아동작가 서정오가 그 주인공이다. 책과 만난 계기, 책 읽기 대한 기억, 등단 과정 등을 솔직하게 털어 놨다.

먼저 성석제의 고백을 옮기면 이렇다.

“싸아악, 하는 소리가 났다. 쥐벼룩이 떼로 몰려오나 싶었지만 쥐벼룩은 그런 소리를 낼 정도로 크지 않았다. 그 소리는 바로 내 정수리의 머리카락이 감동으로 곤두서는 소리였다. 나는 문학이 가지고 있는 본질, 보편의 감동에 닿았던 것이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감정, 감각에 나는 당황했다. 왜 머리카락이 곤두설까. 왜 눈꼬리가 시큰할까. 왜 침이 마르고 혀끝이 아릿할까. 나는 일어나 앉아서 다시 그 동시를 읽었다.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아예 눈물이 나려고 했다. 나이가 두 자리 숫자인 남자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눈물이. 나는 얼른 동시집을 책장에 꽂고는 밖으로 나왔다” ― 성석제,〈문학의 뿌리와 샘, 감동〉

‘탁월한 입담꾼’으로 알려진 그의 육성은 여전히 찰지다. 책과 문학을 향한 오롯한 애정, 그것이 성석제 문학의 근간임을 확인 할 수 있는 대목.

이어지는 작가들의 고백 또한 인상 깊다. 안정효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며 도서관에서 읽은 수많은 명작들이 번역가와 소설가로서의 활동에 윤택한 자양분이 됐다”고 말하고, 김용택은 “책을 읽으며 새로운 세상에 대한 사랑을 얻었으며 자신을 찾아온 책들이 자신이 지금의 모습으로 살기를 원했다”고 전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아버지에게서 ‘인간의 얼굴’을 발견하면서 문학을 시작했다는 신달자. 그의 고백도 절절하다.

“사람들은 말했다. 너의 불행이 너의 시를 존재케 한다고.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어찌 시가 문학이 인간의 불행을 담보로 주어지는 것이던가. 아니다 아니다. 나는 하느님께 대들었다. 적어도 신은 인간에게 그런 보상의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외치며 비명을 질렀던 것이다.” ―신달자,〈문학적 자전 - 여자의 길, 문학의 길〉

작가들의 목소리는 한없이 진솔하다. 이들의 문학을 접해 왔던 독자라면 새롭게 다가올 내용이 많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가 진행한 ‘어머니, 청소년 독서강연회’에 연사로 나왔던 작가들의 강연을 엮었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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