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책으로` ...환상적인 모험담
`책에서 책으로` ...환상적인 모험담
  • 북데일리
  • 승인 2007.09.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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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꿈과 현실. 그 경계에 대해 의문을 품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가 생시라고 믿는 삶이 꿈이 아닌지. 혹은 우리가 허상이라고 믿는 세계가 진실은 아닌지.

여기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그려낸 작품이 있습니다. 몽환적인 느낌이 담뿍 담겨있는 아슬아슬한 이야기. 바로 데이비드 위즈너의 <자유낙하>(2007. 미래M&B)입니다.

한 소년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가 읽고 있던 책의 낱장은 자유로이 흩어집니다. 책장은 소년을 꿈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아니, 꿈의 세계가 아닌 자신이 읽고 있던 책의 세계로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더 분명한 것 같네요.

소년이 덮고 있던 체크무늬 이불은 체스판이 되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을 맞이합니다. 그들이 들어간 멋진 성에는 우리의 꿈이 그렇듯 뒤죽박죽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을 지키는 병사들은 새가 둥지를 튼 빈 갑옷일 뿐이고, 소년은 급작스레 검을 쥔 채 용사가 되어 길을 떠나니 말입니다. 성에서 잠자고 있는 용을 뒤로 한 채, 일행은 나무인양 숨겨져 있는 책갈피 속으로 이동합니다. 하나의 책에서 다른 책으로 이야기가 움직이는 것이죠.

소년은 걸리버처럼 커다란 존재가 되어 책 속 인물들과 만나기도 하고 엉뚱하게도 돼지를 타고 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소년이 여행을 통해 목격하는 것은 낱장의 책장들이 모여 이루고 허물어지는 또 하나의 세계. 어쩌면 그것은 그동안 소년이 읽어왔던 책들이 만들어가는 심상인지도 모릅니다. 이제 그 각각의 장들은 다시 정처 없이 날아갑니다.

바람을 타고 움직이던 소년은 바람이 멎자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함께 날고 구르던 낙엽들이 이제는 새가 되어 바다 위를 날아다닙니다. 바다는 흐르고, 또 흐르고. 모이고 다시 모여 소년이 처음 덮고 자던 이불이 됩니다. 소년은 이제 돌아온 것이죠.

깨어난 소년의 방에 널려 있는 여러 권의 책. 그리고 꿈속에 등장했던 소품들. 이것은 소년이 꿈에서 혹은 현실에서 마주했던 상상의 세계입니다. 꿈과 현실은 멀리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가까이 있었던 것이죠.

언뜻 보면 개연성 없고 허무맹랑하고 뒤죽박죽인 이야기들은 자세히 보면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책의 모든 장을 펼쳐서 이어보면 하나의 커다란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죠.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에는 <자유낙하>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이 곁들여져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리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차피 데이비드 위즈너는 침묵하고 있는걸요.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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