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게임이 사람을 바보로 만들까?
TV와 게임이 사람을 바보로 만들까?
  • 북데일리
  • 승인 2007.09.0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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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대중문화에 관한 대표적인 고정관념 중에 “TV는 바보상자”이며 “게임은 사람을 폐인으로 만든다는 것이 있다. 여기에 “영화는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든다는 것도 추가할 수 있겠다.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TV, 게임, 영화 대신 책을 읽자는 거다.

부분적으로는 맞다. 학생들을 예로 들어보자. 요즘 학생들 정말 책을 안 읽는다. 흔히들 이야기 하듯이 TV, 게임, 영화, 인터넷 등 멀티미디어 환경에 너무 중독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책을 지겨워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책,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이라면 읽지 말라고 해도 읽는다. 쓰지 말라고 해도 독후감을 써온다. 문제는 그런 책이 많지 않다는 것. 지금까지 학생들과 수업하면서 선생보다 학생들이 더 열광적이었던 책은 오늘 소개할 <바보상자의 역습>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미국의 대표적인 IT작가 스티븐 존슨은 대중문화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주장이 편견 그 자체이며 온당치 않다고 말한다. 대신 TV와 영화와 게임이 얼마나 사람을 똑똑하게 만드는지 주장하고 있다.

그의 주장은 지극히 논증적이다. 상대의 예상되는 반론을 소개한 뒤 그에 대해 통계수치를 사용해 하나하나 ‘각개격파’하는 전술을 구사한다.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폭력이 난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에서 폭력 범죄 발생률은 해마다 줄고 있다.

TV와 폭력영화에 중독된 미국인들은 갈수록 바보가 되는 것 같지만 미국인들의 IQ는 지난 46년 동안 평균 13.8점 상승했다. 컴퓨터와 영상 매체가 IQ를 높인다는 주장은 플린 효과라는 이론으로 이미 미국 심리학자들 상당수가 인정하고 있다.

그의 논증은 ‘박람강기’의 극치. ‘통섭’의 저자 에드워드 윌슨이나 ‘천개의 고원’의 저자 질 들뢰즈처럼 최상급 먹물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압권은 니체의 영겁회귀 사상.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도록 복잡하게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미국 대중문화 산업의 노력을 니체의 철학과 비교하고 있다.

TV와 영화는 그렇다 쳐도 게임이 정말 사람을 똑똑하게 만들까? 이에 대해 그는 난이도 높은 비디오 게임에 도전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문제해결능력이 길러진다고 반박한다. 온라인 게임을 통해서는 사회적 교환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고 반론을 편다.

책은 혼자 읽기 때문에 아이들을 고립시키지만 온라인 게임은 친구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관계 형성 능력도 키워준다는 것이다. 어려운 내용도 게임의 형태를 취하면 청소년들은 쉽게 받아들인다는 것도 설득력 있는 논거다. 심 시티 같은 도시 경영 시물레이션 게임이 그렇다. 게임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얼마나 많이 고난도 사고를 해야 하고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력 없이 게임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이다.

그렇다고 그의 주장처럼 TV 게임을 열심히 보면 머리가 정말 좋아질까? 참고로 그는 TV 영화 게임과 독서를 병행하자고 주장했지 책이 무익하거나 무용하니 영상 매체로 완전히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저자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말고 반론 제기를 해보자.

일단 미드족이나 미국 비디오 게임을 접해본 이가 아니라면 내용이 잘 안 들어온다. 아마 부록으로 딸린 작품 설명부터 읽고 본문을 읽는 게 짜증도 덜나고 이해도 돕는 길일 것이다.

그의 주장에 어떤 반론이 가능할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다. 사례로서 자신의 경험을 많이 들고 있는데, 그가 똑똑해진 게 게임과 영화 인터넷 덕분인지 타고난 건지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있는 건지 어디 가르기가 쉬울까?

저자 같은 사람은 GTA 바이스 시티를 하면서 인간의 자유의! 지와 도덕의 문제에 대해서 고민할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 토미를 동경해 차를 훔치고 사람을 죽인 청소년도 분명히 있었다. 성장기에 활자가 아니라 이미지에 지나치게 노출이 되면 학습 부적응, 난독증 등이 올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그쯤 되면 머리는 똑똑해질지 몰라도 성적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리고 최종 반론. 대중문화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수용자들의 두뇌를 훈련시킨다는 주장은 어디까지나 미국에서만 통용되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툭하면 불치병, 툭하면 교통사고, 진중권씨가 말하는 데우스 엑스 매키나(`우연`)이 남발되는 국내 TV 드라마를 열심히 본다고 머리가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창의력보다는 `레벨 업 노가다`가 필요하고 게임의 완성도보다는 아이템 거래에 유저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산 온라인 게임도 머리 좋아지는 것과는 그다지 상관이 없을 것 같다. 그의 주장이 국내에서 통하려면 대중문화를 만드는 사람들 머리가 먼저 똑똑해져야 하지 않을까?

영화는 예외로 치자. 한국 영화는 정말 많이 똑똑해졌다.

그런데 이런 반론도 가능하다. 미드가 재미있는 이유는 미드의 시청자가 똑똑하고 열심히 공부하면서 보기 때문이라는 주장. 결국 미드와 한국 드라마의 차이는 관객 혹은 시청자의 수준 차이란 거다. 시청자와 제작자 사이의 폭탄 돌리기, 이른바 ‘순환 논증의 오류’에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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