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이 뭐냐고? 그건 사기야"
"현대미술이 뭐냐고? 그건 사기야"
  • 북데일리
  • 승인 2007.08.3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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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국민 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미술 경매 시장’이 뜰 것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구찌 핸드백이나 BMW 같은 명품이 부자들에게 더 이상 남과는 다른 뭔가를 보장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명품으로 치장할 수 있고 외제차를 굴릴 수 있는 세상이다.

과시적 소비에 혈안이 된 돈 많은 사람들은 차별화를 위해 미술 경매 시장에 관심을 갖는다. 진짜 부자들은 비싼 미술품만이 자신을 다른 계급과 구별 짓는 ‘아우라’로 여기고 미술 경매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70~80년대 일본 부동산 재벌들이 서구 미술 경매 시장에서 봉이 되었던 것처럼 언젠가는 우리 졸부들도 뉴욕이나 런던에서 그 비슷한 대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것도 국력 신장일까?

얼마 전 10년 만에 다시 출간된‘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라는 책을 읽고 문뜩 든 생각이다. 이 책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마음산책. 2007)는 미술 마피아로 불리는 현대미술 작가와 평론가 그리고 그림 장사꾼들의 추악한 커넥션을 폭로하고 있다.

현대 미술은 무엇인가?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를 포기하고 현실의 재현을 거부하는 몸짓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이런 움직임을 싸잡아서 ‘사기’와 ‘쇼’로 통렬하게 비판한다. 예술가들이 작품을 창조하는 시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대신 제목을 붙이고 마케팅 전략을 짜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그림을 전혀 그릴 줄 모르는 화가도 대가 대접을 받는다. 저자에 따르면 요셉 보이스가 그렇다. 현대미술가에는 타고난 재능은 필요 없다. 미술적인 재능보다는 언론을 상대할 수 있는 탁월한 구력과 약장수 뺨치는 언변만 있으면 된다.

저자에 따르면 그래도 피카소는 낫다는 거다.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릴 줄 알았다. 처음에는 사실주의 그림을 그렸지만 램브란트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틈새 마킷을 찾아야 했다.

야수파나 입체파니 하는 그림들을 그렸는데 이게 바로 블루오션이었던 거다. 고전에 싫증을 내긴 사람들이 그 새로움에 반해 너무나 많은 의미부여를 했다고 한다. 문제는 그의 아류들은 제대로 화필을 잡는 법도 알지 못할 뿐더러, 사람의 얼굴을 대충이라도 재현하는 능력조차 없다는 것.

이들에 부화뇌동하는 평론가들의 꼴불견은 어떨까? 유치원 아이가 끼적거린 그림 가지고 인생의 심오함을 논하기도 하고 원숭이들이 흩뿌린 페인트를 가지고 프랙털 구조를 운운하는 식이다. 저자는 말도 안 되는 그림과 그 비평을 읽을 때마다 혈압이 높아져서 이 책을 집필! 하게 됐다고 한다. 추천사를 쓴 진중권 씨 역시 현대예술의 특징을 가리켜 시각의 빈곤과 관념의 과잉, 거의 볼 것 없는 캔버스에 덧붙여지는 어마어마한 철학적 해석이라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 책이 왜 논술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 필요할까? 요즘 들어 논술 제시문으로 그림이 등장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마르셀 뒤샹, 르네 마그리트, 피카소 등 현대 미술 일색이다. 학생들이라면 이들 그림이 나오면 무조건 시각의 다양성, 독창성과 파격성 혹은 창의력을 읽어낸다. 그러지 말자는 거다.

한 편에서는 독창성을 읽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속물근성과 상업성을 읽을 수도 있다는 소리다. 이 책에 공감하는 독자라면 현대 미술을 극찬하고 있는 <미술 속, 발기하는 사물들>(안티쿠스. 2007)에 도전해 볼 것. 그래야 시각의 균형이 잡히지 않겠는가?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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