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의 도발 `신은 존재한 적 없다`
도킨스의 도발 `신은 존재한 적 없다`
  • 북데일리
  • 승인 2007.08.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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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의 신은 모든 소설을 통틀어 가장 불쾌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시기하고 거만한 존재, 좀스럽고 불공평하고 용납을 모르는 지배욕을 지닌 존재, 복수심에 불타고 피에 굶주린 인종 청소자, 여성을 혐오하고 동성애를 증오하고 인종을 차별하고 유아를 살해하고……”

[북데일리] 세계적인 진화생물학자 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인 리처드 도킨스의 최신작 <만들어진 신>(김영사,2007년)의 한 구절이다. 기독교가 주류인 미국에서 이렇게 종교에 공격적인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아마 도킨스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도킨스는 이 책에서 미국 사회에서 종교가 갖고 있는 특권적 지위에 대해 비판한다. 대통령,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종교를 갖고 있어야 하고, 신학적 견해 차이는 독설과 폭력을 가져온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일반대중 다수는 신이 우주를 만들었다는 창조론을 믿고 있고, 이러한 과학적 무지 현상 배후에 기독교가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고 기술한다.

이와 같은 일반인들의 신에 대한 맹목적 태도를 도킨스는 ‘망상’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데 권위적인 방송매체에 출연하는 복음 전도사들의 말에 그들의 삶을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로써 말이다. 종교 단체가 일반신자들이 낸 돈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고, 사회 전반에 그들의 영향력을 확장시키고 있는 현상에 저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저자는 기독교의 성서를 낱낱이 해부하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에 대해 비판한다. 아브라함이 자신의 아들 이삭을 희생시키는 일화를 이처럼 예로 든다.

“신은 아브라함에게 애지중지하는 아들을 번제물로 바치라고 명령했다.…… 살상용 칼을 손에 쥐었을 때 극적으로 천사가 개입하여 막판에 계획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결국 신이 농담을 했던 것이다. 신은 아브라함을 ‘유혹하고’ 믿음을 시험했을 뿐이다. 현대의 도덕주의자는 그런 심리적 외상을 아이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도킨스는 도대체 이러한 이야기에서 어떠한 교훈을 얻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최근, 신경과학 분야에서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측두엽의 일정 부위를 자극했더니 신을 만나서 대화를 나눴다는 종교적 황홀감을 경험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기독교 신자, 무신론자를 막론하고 실험결과는 똑같았다는 것.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종교의 뿌리를 알아내는 시도를 한다.

“왜 신 중추를 성장시키는 유전적 성향을 지닌 조상들이 그렇지 않은 경쟁자들보다 더 많은 후손을 가진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저자는 다윈주의적 관점에서 해답을 찾는다.

도킨스는 종교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은 그것이 인간 본성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의 부산물이라고 설명한다. 아이들은 위험한 외부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더 앞선 세대의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무조건적으로 의심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고 그런 경향이 세대를 거치면서 뇌에 새겨지게 되었다는 이론을 제시한다.

어린 시절부터 설교를 들은 사람은 그렇지 않는 사람보다 종교적 믿음을 갖게 될 확률이 커지고 평생 동안 바뀌지 않는다. 그것이 잘못되었더라도 말이다. 그러면서 주류 기독교인이 믿었을 것으로 보이는 몇 가지를 예시하고 있다.

“조상들의 시대에 한 남자가 생물학적 아버지 없이 처녀인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났다. 그 아버지 없는 남자 자신도 죽은 지 3일 만에 부활했다. 그 아버지 없는 남자의 처녀인 어머니는 죽지 않고 육신을 지닌 채 ‘승천했다’”

도킨스는 종교와 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어떤 부분은 적대감이 너무 심해 당혹스러울 정도다. 이런 생각을 갖게 한 것에는 근본주의자들이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가르침이 한 치의 잘못이 없으며 오히려 과학지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태도가 과학적 탐구심을 적극적으로 꺾고, 알아내야 할 것들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결국 과학을 전복시키고 지성을 부패시킬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은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종교는 인간 삶에서 설명, 훈계, 위로, 영감의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서도 도킨스는 반박한다.

“신이 사라지면 틈새가 생길 것이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그것을 메울 것이다. 나는 현실 세계의 진리를 찾으려는 정직하고 체계적인 노력인 과학을 그렇게 활용하고 있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신이 없어도 인간은 삶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신은 지금까지 존재한 적이 없고, 그것을 만들어낸 인간이 언젠가 망상을 멈추고 이성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것이니까 말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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