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속는다? 반전 빛나는 추리소설
누구나 속는다? 반전 빛나는 추리소설
  • 북데일리
  • 승인 2007.08.1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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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깜깜한 곳에서 병 안에 여러 마리의 꿀벌과 파리들을 집어넣은 후, 밑바닥을 밝은 창 쪽으로 놓아두면, 꿀벌과 파리 중에서 누가 더 빨리 병 속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곤충연구가 고든은 꿀벌과 파리들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했습니다.

“꿀벌은 부지런하니까 당연히 꿀벌이 빨리 빠져나올 거야. 꿀벌이 파리보다는 아무래도 지능이 높을 테니 당연히 먼저 빠져나오겠지”

결과는? 예상외로 파리는 2분도 되지 않아 힘차게 병목을 통해 빠져나오는 반면, 꿀벌은 지치거나 굶어서 죽을 때까지 위로만 날아오르다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확실히 꿀벌들은 파리에 비해 지능도 높고 논리적인 사고를 지녔습니다. 하지만, ‘빛이 있는 곳에 출구가 있다’는 경험과 지식 때문에 계속해서 빛을 향해서만 날아오르게 된다는 것이죠. 쌓아왔던 그간의 ‘경험’과 ‘지식’이 꿀벌들을 갇혀있게 만든 것입니다.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은 좀처럼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특히,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고정관념들은 스스로를 옭아매 다른 생각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참하게 생긴 친구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음담패설에 놀라기도 하고, 개그맨이 만든 영화는 무조건 질이 낮을 것이라 치부하기도 하고, 바나나 우유는 무조건 노랄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죠.

이번 주 여러분들게 소개해드릴 책은 우타노 쇼고의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2005. 한스미디어)입니다. 아무래도 아직은 더우니까 빠르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소설이 좋겠죠?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는 추리 소설을 즐겨읽는 사람들 사이에는 놀라운 반전으로 이미 유명한 작품입니다.

서정적인 표지와는 달리, 남자 주인공에 의해 서술되는 이 소설은, 아주 빠르게 읽힙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한 번 붙잡으면 손을 놓기가 어렵습니다. 소설을 늦게 읽는 이라도 하루면 거뜬히 읽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흡입력을 자랑하는 소설입니다. 또한, 장광설이 없으므로 어렵지 않고, 편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소설입니다.

추리소설이라 하기에 덜 자극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전문 탐정이 등장하지도 않고, 사건 역시 유령 피라미드식 판매회사의 음모를 파헤치는 정도입니다. 게다가 고령화 사회의 노인문제를 부각시켜 다루고 있죠. 그래서 뭐, 그래서 이야기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광지 같은 곳에서 한 번쯤은 필요 없는 물건을 판매원의 상술에 혹하여 사 본 경험이 있으실 테니까요.

소설은 정통 추리소설의 기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반전을 염두에 두고 긴장하고 읽다보면, ‘이거 엄청난 반전이 있다는데 진짜야? 너무 뻔한 사건라인 아닌가?’ 그래서 뒷부분에서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나면서 ‘어, 이게 뭐야.’라고 생각하는 순간, 상상치 못했던 반전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다소 교훈적이고 도덕적인 결말이 더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느껴지지요. 정통 추리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공정치 못하다는 생각에 괘씸한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책의 제목과 표지도 한 몫 합니다. 서정적이다 못해 하이틴 소설과 같은 느낌마저 줍니다. 처음에는 추리소설답지 않게 보여 탐탁치 않으실 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장까지 넘기고 나서 다시 표지를 보고 제목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보면, 제목과 표지가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시게 될 것입니다.

지금, 아무리 속지 말라고 알려드려도, 여러분들은 엄청난 반전에 꼼짝없이 속을 수밖에 없습니다. 신경을 곤두세우며 읽었던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생각해보면, 속게 되는 것은 절대 작가의 탓이 아닙니다. 작가는 펼쳐놓았을 뿐, 우리는 결국 자신의 고정관념에 속고 놀라게 되는 것입니다. 깜짝 놀라 앞장을 다시 찬찬히 훑어보게 되고, 딱딱 맞아 떨어지는 아귀에, “와!” 하고 감탄의 박수를 짝짝짝 치게 되는 것이지요.

국내에 번역되어 있는 우타노 쇼고의 소설은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한 편 뿐입니다. 아쉽습니다. 우타노 쇼고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전위적인 실험을 계속하며, 새롭고 독특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는 작가로 일본에서는 매우 유명하다고 합니다. 속히 그의 또 다른 작품들이 번역되어 다시금 신선한 반전을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럴 리 없을 거야. 나는 사고가 유연하다고 자부하니 절대 속지 않아.’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꼭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관계 속에서 흔히 생겨날 수 있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버리고 세상을 본다면, 내가 아닌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다면,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에서 값진 것을 더 얻어 가실 수 있을 겁니다. 뭐냐구요?

지칠 줄 모르는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랑!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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