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네티컷 대학의 이론 물리학 교수 로널드 몰렛 박사는 <시간여행자>(SAMTU. 2007)에서 30년간에 걸친 시간여행에 대한 연구 성과를 상세히 묘사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게 되고, 우연히 읽은 웰즈의 <타임머신>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공식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과학자의 길로 접어든다.
전미흑인물리학도협회의 회원이기도 한 저자는 군시절 인종문제로 겪었던 감정상의 혼란과 여자친구와의 실연, 주류 과학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자신의 연구에 대한 어려움을 솔직히 표현한다. 심장이 약한 상태에서 담배 때문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구하고 싶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과학자가 된 몰렛 박사는 일반인이 과학자에 대해 갖고 있는 근엄함과는 거리가 멀다.
몰렛 박사는 2002년 6월 워싱턴 하워드 대학에서 개최된 ‘국제 상대론적 역학학회’ 에서 시간 여행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중력은 태양처럼 거대한 물체에 의해 공간이 구부러질 때 나타난다.…… 공간과 시간이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공간이 뒤틀리면 시간도 뒤틀린다. 따라서 나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순환하는 두 광선에 의해 시간이 고리 모양으로 뒤틀리고, 다시 이 닫힌 고리가 과거 시간 여행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아인슈타인 중력장 방정식들의 해를 구하고 있다.”
저자의 발표를 간단히 요약하면,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는 거대한 블랙홀 내부로 들어갈 수 있다고 가정하면 중력의 뒤틀림을 발견할 수 있고, 그곳에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정거장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그러니까 전 세계의 공항으로 비행기가 자유롭게 왕래를 하듯 시간 정거장을 2007년에 건설하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든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단 이렇게 되면 타임머신이 제작되기 전 과거로는 절대로 갈 수 없다.
몰렛 박사는 과거로의 여행으로 인한 시간 역설과 그것의 해결을 위한 가설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호킹의 ‘연대기 보호 가설’에 의하면 타임머신이 켜지는 순간, 역사를 변경할 만한 사건의 기미가 보이기도 전에 그것이 저절로 부서질 거라고 지적한다.
또한 물리학자 데이비드 도이치는 평행 세계 이론을 시간 여행에 적용하면 시간 여행자에 의해 과거가 바뀌는 순간 우주가 갈라지면서 역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타임머신에 대한 연구는 현재 소립자를 과거로 보내는 실험까지 와 있다. 2005년 10월에 코네티컷 대학에서 발표된 자전하는 지구의 중력장에 의한 시공간 뒤틀림을 확인하는 ‘중력 탐사 B’ 의 실험 결과를 2007년 안에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만일 여기서 긍정적인 성과가 나온다면 본격적인 타임머신 제작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마 올해 안에 전 세계의 유명한 과학지에서 “과거로 가다 : 세계 최초의 타임머신 제작에 성공하다” 라는 기사를 접할 수 있을 듯 하다. 저자의 희망대로 시간여행이 가능해 진다면 인류의 생활양식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소개한다. 마침내 타임머신을 제작해서 1955년 5월로 시간 여행을 한 저자와 아버지와의 상상속의 대화이다.
“제가 바로 타임머신을 제작했어요, 예. 미래에서 왔어요, 아버지. 제가 아버지 아들 로널드예요.” (몰렛 박사)
“우리 아들 론은 지금 제 어미하고 교회 모임에 가 있습니다.” (아버지)
“매주 일요일 밤마다. 알죠, 그래서 제가 없을 때 온 거예요.…… 아버지는 지금 위험한 상태예요. 심장이 약해요, 아버지. 당장 병원에 가야 해요. 안 그러면 한 달 안에 죽어요. 제발 담배 좀 끊으세요.” “사랑해요, 아버지.” (몰렛 박사)
과거 속으로 사라진 아버지와의 재회가 가능할까, 그것이 가능한지 여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과학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30여년에 걸친 열정을 품은 연구가 좋은 결실을 맺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