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통해 넘나드는 즐거운 상상놀이
창문 통해 넘나드는 즐거운 상상놀이
  • 북데일리
  • 승인 2007.08.0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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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얼룩말은 참 멋진 동물입니다.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갖지 못한 멋진 줄무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때때로 길을 걷다 흰색과 검정색의 불규칙한 줄무늬를 발견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룩말을 떠올리곤 합니다.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 초원이가 지하철에서 만난 여자의 줄무늬 미니스커트를 보며 얼룩말의 생태를 중얼거린 것처럼 말이죠.

애정을 가지고 관찰해보면 세상의 많은 것들은 저마다의 모양이 있고, 색상이 있고, 혹은 무늬도 있습니다. 그러한 특징을 기억해내고 어떤 존재의 개성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관찰력과 표상이 뛰어나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따금, 아이가 그림책을 보며 길쭉한 귀만 보고 토끼임을 알아차린다던가 나뭇가지처럼 뻗은 뿔만 보고도 사슴이라고 말할 때면 부모 된 입장으로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상에 대한 확실한 인지와, 부분으로 전체를 상상할 수 있는 창의적 마인드를 가졌기 때문이죠. 동화를 글로 읽지 않고 그림으로 보는 아이일수록 작게 드러난 특징으로 하나의 큰 그림을 연상할 줄 아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근사한 재능을 가진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책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고미타로의 <창문으로 넘어온 선물>(비룡소.2000) 입니다.

크리스마스이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아이들을 위한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헬리콥터에서 내립니다. 집주인에게 꼭 맞는 선물을 주고자 배려하는 그는 창문너머로 안쪽을 확인하며 각자에게 맞는 물건을 남겨두고 갑니다.

헌데 이를 어쩌지요? 야옹이 집인 줄 알고 예쁜 리본을 창 밖에서 던졌는데 안에서는 야옹이무늬 티셔츠를 입은 하마가 쿨쿨 자고 있군요. 집 안이 컴컴해서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지나친 집에는 아주 커다란 곰이 창문을 가린 채 꿈나라에 가 있습니다. 얼룩말의 집으로 착각한 곳에는 목이 긴 두루미 세 마리가 앉아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발견한 선물들은 집집마다 뒤죽박죽입니다.

고미타로가 제안한 이 즐거운 책은 관찰력과 표상을 뛰어넘습니다. 뚫어진 구멍사이로 집 안을 들여다보며 집 안의 동물을 추리해보는 기쁨, 다음페이지로 넘어가서 예상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확인 할 수 있는 스릴, 잘못 전해진 선물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는 재미까지! 이 모든 것들이 고미타로가 마련한 재미있는 발상의 세계입니다.

글자를 읽지 않고 그림만으로도 곳곳에 숨겨진 재미를 찾아가는 아이들에게 고미타로의 동화는 하나의 놀잇감인 셈입니다. 유아들에게 있어서 그림책은 교육의 수단이기 이전에 즐거움의 매개체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무조건 현란한 장난감에서만 기쁨을 느끼는 건 아닙니다. 그들 역시 세상이라는 신기한 곳과 동화책을 통해 소통하고 싶어 하니까요. 또한 그림책은 지식전달이나 선행학습을 위한 도구가 아니랍니다. 인지와 교육을 위해 동화의 영역이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 한 권의 책이 아이들을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꿈의 열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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