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까지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죽어서까지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0.20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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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곁에 잠들지 못한 왕의 여인들>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죽은 지 25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이 있다. 조선의 제21대 왕 영조의 원비 정성왕후 서씨다.

영조는 원비를 먼저 떠나보내고, 계비로 정숭왕후 김씨를 맞아들였다. 그때 영조의 나이는 66세였고, 계비의 나이는 15세였다. 원비 서씨는 영조와 53년 동안 부부로 살아왔지만 영조는 원비의 곁이 아닌 계비와 함께 동구릉의 원릉(元陵)에 잠들어 있다. 영조는 훗날 자신이 죽으면 원비 곁에 묻히기 위해 원비의 능침 오른 쪽을 비워 두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

이처럼 조선왕조 516년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에 절반은 왕의 여인들이 쌓은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이용된 혼인은 수많은 왕의 여인들을 만들었다. 폐왕을 포함한 27명의 왕이 왕조를 이끌어왔지만 왕실의 여인은 폐비를 포함해도 왕비만 41명에 달한다. 후궁들은 말할 것도 없다. 죽어서도 왕을 기다리는 비운의 여인은 비단 정성왕후 서씨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선 역대 왕비 중 가장 짧은 기간 재위한 단경왕후 신씨. 제11대 왕 중종의 원비로 중종반정 때 연산군의 폐위와 함께 화를 입은 경우다. 단지 연산군이 고모부였기에 일어난 일이다. 그녀의 아버지 또한 반정세력에 가담치 않아 살해되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중종과 13세에 만나 7년 간 부부로 살았지만 왕비가 되고 7일 만에 중종과 헤어졌다. 그 후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51년을 쓸쓸히 홀로 살아갔고 여전히 중종이 잠들어 있는 정릉(靖陵)과도 멀리 떨어진 곳에 잠들어 있다. 심지어 그녀의 능은 왕족들이 아무도 잠들지 않은 곳에 외롭게 묻혀 있다. 현재 비공개 왕릉 중 한 곳인 온릉(溫陵)이다. 중종과 단경왕후 사이에 얽힌 야사도 있다.

중종은 기회가 될 때마다 경복궁의 경회루에 올라 단경왕후 신씨가 거처하고 있는 인왕산 쪽을 바라보며 그녀를 그리워했다. 당시 인왕산 아래 그녀의 사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신씨는 중종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궁궐에서 자주 입던 붉은 치마를 펼쳐 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다. 이것이 인왕산 치마바위 전설이 생겨난 배경이라고.

이처럼 《왕 곁에 잠들지 못한 왕의 여인들》(문예춘추사.2015)에 등장하는 왕실 여인들의 치열한 암투는 무덤까지 이어진다. 저자는 조선 왕실 여인들의 능ㆍ원ㆍ묘 답사를 통해 당시 여성들의 삶과 죽음을 재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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