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매력적 캐릭터 '외모, 복장, 학력이 포인트'
소설 속 매력적 캐릭터 '외모, 복장, 학력이 포인트'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5.10.20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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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위하여>

[화이트페이퍼=박세리 기자] 소설을 읽다보면 매력적인 인물을 만날 때가 있다. 기괴한 유년을 보내고 살인을 저질렀지만 동정할 수밖에 없는 <향수>의 그르누이, 추리소설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의 지적인 여주인공 스밀라, 삶에 대한 정열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 등. 읽고 난 후 남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이런 캐릭터들을 창조해내는 데는 나름의 포인트가 있다.

먼저 주인공, 주요 인물들의 성별, 나이, 신분 정도는 어떤 복선이나 사건 진행과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작품의 서두에서부터 독자에게 쓸데없는 ‘추측-예단-확증’을 남발할 여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그래야 앞으로의 이야기 진행이 수월해지고 자연스럽다.

특히, 주인공의 신상 중 남녀의 구별이나 연령대, 생업 정도는 문맥 속에, 또는 말씨만으로도 확실하게 드러내놓는 것이 이야기의 진행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캐릭터의 근본은 성별, 나이 그리고 이름이다. 이 세 요소는 나/그/그녀의 캐릭터를 반 이상 규정한다.

<작가를 위하여>(2015.글항아리)는 이어 성별이 결정되면 곧장 이름 짓기를 고민하는데 대개의 작가가 제목 짓기 이상으로 고심하는 난제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이를 넘어 섰다면 다음은 본격적으로 작품의 어떤 인물이든 그만의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그려나가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모, 복장, 학력이다. 외모는 동서고금의 모든 서사 양식을 봐도 직접적으로 읽기 쉬운 ‘간판이다. 책에 예로 제시된 대목을 보자.

‘그의 용모는 그때까지 그가 살아온 모든 삶의 특성과 본질을 생생하게 입증해주고 있었다. 항상 오만함이 서려 있고 의심기가 역력한 데다 냉소적인 그의 가느다란 두 눈 아래에는 길쭉한 살집이 잡혀 있었다. 기름기가 번지르르 흐르는 조그만 얼굴에는 많은 주름살이 새겨져 있었으며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의 한 인물에 대한 묘사다. 인물의 용모를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저자는 지나칠 정도로 과장스럽게 묘사한 문맥이 점을 볼 때 세계적인 제1급 작품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승복할 일은 아니라 전한다. 소설도 시대에 따라 그 작법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130년 전에 쓰인 글인 만큼 일반적인 외모관이나 생활이 달라진 부분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책은 이밖에 이야기란 무엇인지에 대한 시론부터 이야기를 꾸리는 방법과 공간 창작법 인물, 제목과 문체, 작가의 길에 이르기까지 소설에 관한 전반을 다뤘다. 또한, 소설 작법론이라는 옷을 입었지만, 일면 소설 읽기의 지침이자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서이기도 하다. 독자에는 현대 문명과 소설을 읽는 지적도로, 소설가 지망생들에게는 지침서로 활용할 만하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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