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장] 청동 홰에 감긴 작은 발톱의 연약함
[명문장] 청동 홰에 감긴 작은 발톱의 연약함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5.07.13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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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중에서

 [화이트페이퍼=북데일리]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전시회를 찾거나 강연을 듣는다. 직접 만들고 그리며 체험하기도 한다. 작품을 소개하는 이론서나 책을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화약 폭발사고로 사망한 17세기 화가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황금방울새>가 등장하는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은행나무. 2015)속 이런 구절을 통해 독자는 그림을 감상한다.

 ‘파브리티우스가 이 작은 대상을 선택함으로써 우리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누가 알까? 이 작은 생물을 내놓은 것이 무슨 의미일까? 위대한 그림은 모두 사실은 자화상이라는 말이 진실이라면, 파브리티우스는 스스로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동시대의 거장들이 압도적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화가, 너무 젊은 나이로 너무 오래전에 죽은 화가,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알 수 없는 화가에 대해서. 화가로서의 자신에 대해서. 파브리티우스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가 그린 선이 말을 하고 있다. 실팍한 날개, 물감을 긁어서 표현한 솜털. 빠른 붓놀림, 흔들림 없는 손, 두껍게 칠해지는 물감이 눈에 선했다. 하지만 대담하고 두터운 붓 자국뿐만 아니라 너무나 사랑스럽게 칠해서 대조적으로 부드럽게, 심지어는 장난처럼 보이는 반투명한 부분도 있다. 그의 붓털이 지나간 자국 아래로 물감 밑의 층이 그대로 보인다. 파브리티우스는 우리가 보송보송한 가슴 털을, 그 부드러움과 질감을, 청동 홰에 감긴 작은 발톱의 연약함을 보기 원한다.’ (2권, 476쪽)

여느 화가들이 선택하지 않았던 대상을 통해 파브리티우스가 전하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문장을 따라 읽으면서 그림을 감상하면 처음과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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