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장] 우리를 겸손하게 하는 사고 뉴스.
[명문장] 우리를 겸손하게 하는 사고 뉴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11.17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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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중에서

[북데일리] 유독 올해는 사건 사고가 끝이지 않았다. 끔찍한 사고로 사람들이 죽었고 우리는 뉴스를 통해 그 소식을 접했다. 죽음을 다룬 뉴스를 보면 저마다 삶에 대해 생각하기 마련이다. 뉴스에 대한 알랭 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문학동네. 2014)에서도 이에 대해 언급한다. 미디어에 중독된 우리가 뉴스를 통해 생각해야 할 것들에 대해 말이다.

 ‘끔찍한 사고는 동시에 삶에 새롭게 초점을 맞추는 계기를 제공한다. 날마다 우리를 속상하게 만드는 것 대부분이 우리 삶에 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는 별 관계가 없음에도,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사악할 정도로 우리의 기를 쏙 빨아먹는다. 필멸의 운명을 생생히 상시키시는 사건들은 우리의 이런 평범하기 짝이 없는 강박 증세에 의문을 갖게 한다.

 우리가 가진 한정된 시간에 견주어보면 우리가 걱정하는 몇몇 문제들은 실로 무가치한 것이라는 사실이 두드러지고, 우리의 자기도취적이고 경박한 성향 또한 우리가 가진 보다 진지하고 단호한 면에 자리를 양보하게 된다.

 사고에 관한 뉴스는, 삶이란 게 이렇게나 취약하고 우리 앞에 몇십 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게 결코 보장될 수 없다면, 오후 내내 사랑하는 사람과 말다툼을 벌이고 조그만 잘못을 저지른 친구를 용서하지 않으려 하거나 변변찮은 한직에 있다는 이유로 진정한 재능을 가진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함으로써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우리의 우선순위가 재조정되는 것이다. 또한 죽음을 떠올리면서 일상의 갈등으로 인해 잠적해버리곤 하는, 우리의 보다 가치 있는 면을 삶의 표면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이 따로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겁을 주면서, 우리 존재의 핵심 속에서 우리가 응당 알고 있는 바대로 삶을 이끌어갈 기회를 부여한다.’ (222~233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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