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개와 고양이 이야기
버려진 개와 고양이 이야기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11.14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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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렬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

 

 [북데일리] “도시와 마을을 만든 것은 인간이야. 하지만 인간과 가까운 곳에, 그 거리에, 비좁은 골목과 높은 담벼락 너머에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어. 인간들이 그걸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우리에게는 개의 자부심과 고양이의 품위가 있으니까.” (128쪽)

 김종렬의 동화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한림출판사. 2014)는 개와 고양이의 이야기다. 그러니까 동물이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다. 동화는 은은한 달빛이 물든 밤을 떠올리는 표지가 말해주듯 낮이 아닌 밤의 공간에서 벌어진다.

 신문배달을 하는 아이는 우연히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이란 이름의 레스토랑을 발견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안으로 들어가는 요리사와 뒤를 이은 개와 고양이의 무리를 본다. 바깥에서 살펴보니 요리사를 중심으로 개와 고양이는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오늘은 달 없는 밤~ 은밀한 시간이 시작되지이~.

 싸움과 다툼은 사라지고~ 슬픔과 눈물도 사라지네~.” (32쪽)

 아이 눈에 비친 풍경은 마치 축제가 시작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아이는 저도 모르게 문을 열고 들어갔고 개와 고양이의 시선을 받는다. 인간은 들어올 수 없는 곳, 사람들에게 버려진 개와 고양이들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라 아이를 환대하지 않는다. 아이가 신문배달을 하는 소년이라는 것과 다친 고양이를 보살펴준 이야기가 나오고서야 아이는 그곳에 함께 한다.

 옥탑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는 할머니의 반지를 찾기 위해 고양이를 따라왔다고 말하고 개와 고양이는 반지를 훔친 고양이를 몰아세운다. 그리고 시작된 개와 고양이의 이야기. 인간들에게 버림받은 상처와 잊고 있던 개와 고양이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인적을 피해 골목길을 돌아다녀야 하는 슬픈 생활. 일 년에 한 번 달이 없는 밤, 이곳에 모여 만찬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니까 레스토랑에서 빵과 차를 나누어 먹는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은 추모제였던 것이다.

 “인간들에게 버려진 고양이가 갈 곳은 황량한 거리뿐이겠지. 집을 지키던 개가, 애완견으로 살아가던 개가 유기견이 되면 가야 할 곳도 차가운 거리밖에 없어. 인간들에게 잡혀 보호 시절에 들어가면 결국, 죽음과 만날 뿐이니까.” (72쪽)

 동화 곳곳에 등장하는 노래와 춤은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흥겹다. 그러나 개와 고양이가 들려주는 인간들의 모습은 참으로 비정하다. 한때는 가족처럼 지냈던 동물을 유기하고 학대하는 인간을 고발하는 듯하다. 낮이 아닌 밤에만 활동할 수 없는 개와 고양이. 옛날 동화처럼 서로가 미워하는 사이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개와 고양이의 시간. 그들 사이에 다정한 인간의 손이 있기를 바라는 동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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