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X의 '책을 쫓는 모험'
탐정 X의 '책을 쫓는 모험'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8.08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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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완의 <탐정은 어디에>

 [북데일리] 거대한 책 속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지나치지 못한 표지다. 오수완의 <탐정은 어디에>(곰. 2014)는 표지와 제목부터 궁금증을 불러온다. 당연 추리소설이라 여기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함정. 소설은 탐정이 등장할 뿐 추리소설이 아닌 책에 대해 말하는 이른바 메타북이다.

 ‘모든 책은 나름의 운명을 지닌다. 인간도 그렇다.’ 129쪽

 소설은 연작소설로 책의 미래에 대해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편다. 1부에서는 저자가 사라진 거대한 책을 만드는 책공장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탐정 X가 등장한다. 저자 대신 기술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쓰고 책을 만든다. 탐정 X는 공장 곳곳을 다니며 책을 만드는 이들과 만난다. 피해자도, 목격자도 없는 살인 사건으로 사건 현장을 스케치한 그림이 전부다. 탐정에게 진실을 말해주는 이는 없다. 오히려 그를 위험에 빠지게 만들 뿐이다.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그렇듯 말이다.

 2부는 북 시티가 배경이다. 책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다. 책이 말을 하고, 책과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재미있는 설정이다. 북시티에서 탐정은 책이다. 책과 함께 사라진 여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찾아야 할 책은 <탐정은 어디에>. 도시 곳곳에 상처를 입은 책, 처참하게 죽은 책이 가득하다. 어떤 책은 죽고, 어떤 책은 버려지고, 어떤 책은 살아남는다. 어쩌면 북 시티라는 공간은 우리의 현실과 가장 많이 닮았는지도 모른다.

 3부는 지구를 벗어나 도서관 행성 리브로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도서관 행성에서는 책 사냥꾼 반디가 등장한다. 그가 찾는 건 역시 <탐정은 어디에>로 책 사냥꾼 여자아이 볼라와 함께 책을 찾아 나선다. 행성의 박물관에 도착한 반디는 <세계의 책>을 읽고 그 책을 파괴할 세계의 눈이라는 운명임을 알게 된다.

 “<세계의 책>이 파괴되면 또 다른 <세계의 책>이 탄생하지. 세계의 눈이 죽고 나면 새로운 세계의 눈이 태어나는 것처럼.” 234쪽

 책의 운명처럼 한 권의 책을 읽고 다시 읽을 책을 찾는 건 독자의 운명일까. 4부에서는 독자의 읽을 권리, 재미있는 책을 찾는 독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실에서 진짜 탐정이 등장한다. 두란이라는 필명의 작가를 찾아 4부작 <탐정은 어디에>의 마지막 원고를 받아야 하는 일이다. 소설은 원점으로 돌아온다. 탐정은 영업부장, 편집자, 독자를 만나 마지막 이야기를 찾는다.

 “‘탐정은 어디에’는 뭐지?”

 “그것은 책 공장에서 만들어진 거대한 책이지. 또한 북 시티에 도착한 최초의 책이면서 도서관 행성의 박물관에 숨겨진 <세계의 책>이기도 해. 그런데 그것들은 모두 같은 책인가? 아니면 서로 완전히 다른 책인가? 혹시 한 책 속에 다른 책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건 아닐까? 그럼 어떤 게 진짜 <탐정은 어디에>일까? 아니면 그 모든 것이 더 큰 책의 일부인 걸까? 그 책의 이름이 ‘탐정은 어디에’인 걸까? 그런데 그것이 정말 이야기에 불과할까? ‘탐정은 어디에’란 그 책을 찾는 모험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혹시 그것이 이 세계의 이름이 아닐까?” (335쪽)

 소설은 작가의 말처럼 ‘책과 추리소설에 대한 농담’인지도 모른다. 얼마나 웃긴 농담인지는 독자의 몫이다. 물론 메타북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매우 만족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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