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풍경은 풍미와 색깔, 향기...
[책속의 명문장] 풍경은 풍미와 색깔, 향기...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6.10 0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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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 중에서

[북데일리] 프랑스 파리12대학의 철학 교수 프레데리크 그로의 <걷기, 두 발로 사유하는 철학>(책세상. 2014)은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에게 걷기가 주는 철학과 즐거움을 소개하는 책이다. 걷기의 비밀들 중 느림에 대한 부분이 있어 소개한다. 빠름과 서두름에 익숙한 삶에 느림으로 만나는 풍경이 필요한지 알게 된다.  

 ‘느림이란 곧, 초(秒)들이 줄지어 나타나 마치 바위 위에 내리는 보슬비처럼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질 때까지 시간과 완벽하게 일체를 이루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간의 늘어남은 공간을 깊이 파고든다. 이것이 바로 걷기의 비밀들 가운데 하나다. 풍경에 천천히 다가가가 보면 그 풍경이 조금씩 친숙해지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자주 만나다 보면 우정이 깊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산의 윤곽을 하루 종일 마음속에 품고 서로 다른 빛 아래서 그 모양을 짐작해보라. 그러다 보면 그 모양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또렷해진다.

 걸을 때는 그 어느 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언덕들은 거의 감지할 수 없을 만큼 천천히 다가오고, 풍경 역시 아주 조금씩 변화할 뿐이다. 우리는 기차나 자동차 안에서 풍경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을 본다. 바르고 생기 넘치는 눈은 모든 걸 다 이해했고 하나도 빠짐없이 포착했다고 믿는다.

 걷는 동안에는 사실 그 어떤 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존재가 우리 몸속에 천천히 자리 잡는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 걷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다가가가는 것이라기보다는 거기 있는 것들이 우리 몸속에서 더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다. 풍경은 풍미와 색깔, 향기가 뭉친 덩어리이고, 몸은 여기서 활력을 얻는다.’ (59~60쪽)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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