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아이들 닫힌 마음을 열다
야구, 아이들 닫힌 마음을 열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6.09 2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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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의 <동대문 외인구단>

 [북데일리] “야구라는 게 바로 인생이지. 야구를 배우면 인생을 알 수 있어. 야구는 그라운드에 선이 그려져 있지. 그 선 안에서는 무슨 일을 해도 되지만 선을 벗어나면 반칙이고 파울이야. 인생도 마찬가지지. 너희들이 아무리 까불고 놀아봤자 왕년에 그렇게 안 놀아본 사람은 또 어디 있냐. 나는 룰 밖에서는 마음대로 놀고 행동해도 룰 안으로 들어오면 딱 공정하게 플레이하고 즐기는 것을 가르치고 싶다. 그게 야구고 인생이거든.” (44쪽)

 류미의 <동대문 외인구단>(생각학교. 2014)은 청소년 야구단 프로젝트 ‘푸르미르야구단’ 1기의 이야기다. 저자는 열혈 야구팬이지만 휠체어에 앉아 상담을 하는 신경정신과 의사다. 누구보다 야구를 좋아했기에 이 프로젝트에 ‘멘탈 코치’로 참여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야구라는 공통분모가 만든 결과물이다.

 선도 프로그램이기에 문제아만 모이는 게 아닐까 싶지만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중학생들이다. 어떤 아이는 야구를 좋아하고, 어떤 아이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강요로, 어떤 아이는 그냥 야구단의 단원이 된다.

 2013년 5월 창단된 야구단을 향한 사람들의 마음은 기대보다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야구로 하나가 되고, 조금씩 변화한다. 야구를 잘해서 게임에 승리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투수, 포수, 1루수, 2루수, 감독, 코치 등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하나의 팀을 만드는 걸 배워나간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이 지녔던 부끄러운 편견은 사라지고 만다.

 성장과 소통을 다룬 여느 책이 그러하듯 무척 따뜻하다. 야구단의 첫 승리, 첫 홈런, 1박 2일 전지훈련, 서로를 챙기고 야구를 즐기고 닫혔던 마음을 열어 다가오는 아이들의 모습은 감동으로 스며든다. 그 시절을 지나왔기에 잘 안다고 착각하는 기성세대를 부끄럽게 한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결정을 채근하고 반드시 무엇이 되어야만 한다고 우리 사회를 반성하게 만든다. 실수를 인정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냐고 묻는다.

 ‘누군가 야구는 인생과 닮았다고 했다. 푸르미르야구단 아이들은 후반기는커녕 아직 전반기도 시작하지 않았다. 이제 겨우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을 뿐. 이 아이들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 이 아이들을 2군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102쪽)

 야구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현직 야구선구들의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야구에 열광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재미를 안겨줄 책이다. 어쩌면 이 책을 읽은 부모는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을지도 모른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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