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 명문장] 문장에도 성격? 겸손한 문장!
[책속 명문장] 문장에도 성격? 겸손한 문장!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6.02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 중에서

[북데일리]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마음산책. 2014)는 <청춘의 문장들> 10주년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특별 산문집이다. 김연수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무척 반가운 책이다. 평론가와 나눈 유쾌하고도 깊이 있는 대담과 함께 새로 쓴 산문 10편이 담겼다. 다음은 대담의 일부로 좋은 문장에 대한 언급이 있어 소개한다.

 ‘겸손한 문장이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쓸 수 있는 문장이 있고, 쓸 수 없는 문장이 있어요. 내가 경험한 것은 쓸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 같은 건 쓸 수가 없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쉽사리 쓰지 못해서 주저하거나 아예 그 부분을 포기하는 걸 볼 때가 잇는데, 이런 때의 문장이 바로 겸손한 문장이죠. 겸손한 문장은 내성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그건 자기가 아는 것들만 말한다는 점 때문이에요. 모르겠다, 타인에 대해서는 쓸 수 없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인식 아래서 쓰는 문장이 바로 겸손한 문장이죠.

 대표적인 예가 레이먼드 커버예요. 커버는 사람과 사람은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커버의 화자는 타인의 마음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요. 내면묘사가 없어요. 하자도 독자도 작가도 볼 수 있는 것만 글로 써요. (…)

 기본적으로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하는 자가 쓰는 문장이 제게 좋은 문장이에요. 예전에는 윤리적인 문장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건 마치 우월한 위치에서 쓰는 문장 같고요, 그냥 몰라서 모르겠다고 쓰는 문장이에요. 나는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타인에 대해 쓰는 문장, 그러니까 무지한 문장이랄까요. 그게 좀 전달이 안 될 것 같으니까 겸손한 문장이라고 말했는데, 이걸 무슨 작가의 성격하고 혼동하시면 안 되고요. 어쨌든 모른다고 말하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문학의 핵심이에요.’ (105~107쪽, 일부 수정)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