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 앵무새로 키우나?
당신의 아이, 앵무새로 키우나?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5.28 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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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윤의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

 [북데일리] 부모가 되면 아이가 무조건 자신의 말을 잘 따라주기를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아이가 잘 성장하는 것이라 믿는다. 때문에 좋은 성적이 성공과 행복의 시작이라는 착각을 아이에게 주입시키고 만다. 정작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도 않은 채 말이다. 제18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에서 우수상 수상작 임지윤의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창비. 2014)는 그런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주인공 마니의 엄마는 마니에게 영어 과외를 시키고, 소아우울증으로 말이 늦은 차니의 치료를 위해 돈을 벌고, 남편의 승진을 위해 동네로 이사 온 사장님 댁에 잘 보이려 한다. 열세 살 마니는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사장님 댁에 인사를 하러 간 아빠와 동생 차니가 몰래 앵무새를 데리고 온 것이다.

 온 가족이 잃어버린 앵무새의 정보를 얻기 위해 사장님 댁으로 출동한다. 엄마는 사모님의 눈치를 살피며 마니에게 사장님의 아들 수혁과 친하게 지내라고 말한다. 마니는 절대 그럴 생각이 없다. 앵무새를 잡기 위해 집 안은 난장판이다. 전전긍긍하는 엄마와 달리 차니는 앵무새와 노는 게 좋다. 차니의 모습을 보면서 마니는 앵무새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털이 빠지는지 공부한다. 과연, 앵무새 돌려보내기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전학을 온 수혁은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축구를 잘 한다고 하는데 축구 이야기에 화를 낸다. 마니는 학교에서 수혁을 모른 척 한다. 사장님 아들이라는 이유와 앵무새 때문이다. 그러다 앵무새를 돌려주기 위해 가방에 넣고 아빠와 만나기로 한 곳에서 수혁과 마주친다. 결국 수혁에게 앵무새 이야기를 하게 되고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수혁이네 집은 행복한 게 아니었다.

 “털을 뽑는 한비를 보며 더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 그리고 축구를 그만뒀어. 이사 오던 날 한비가 사라진 걸 보고 차라라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어. 나도 한비처럼 이 집을 나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어.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하고 나니 시원하다.” 146쪽

 어쩌면 수혁과 마니는 모두 앵무새였는지도 모른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른 채 엄마가 원하는 대로 축구를 하고 영어 과외를 받았으니까 말이다. 수혁은 용기를 내어 엄마에게 모든 걸 털어 놓는다. 용기를 내 사람은 또 있다. 마니의 아빠도 영업이 아닌 좋아하는 요리를 시작한 것이다. 동화 속 인물 모두 앵무새처럼 살았던 삶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나선다. 성공을 해야 행복한 게 아닌 진짜 행복을 위해서 말이다.

 ‘우리 중에 가장 변화가 없는 건, 아마도 나일 것이다. 나는 매일 아침 동이 틀 때 일어나 공원에 간다. 한비는 일요일을 모르기 때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마다 우리를 깨운다. 동일 틀 때면 한비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새가 일어나 재잘재잘 아침 인사를 한다. 해에게 어서 떠오르라고 응원을 보낸다. 나는 나무들 사이로 서서히 떠오르는 아침 해를 보는 게 정말 좋다. 숨이 차서 가슴은 타들어 가는데 이상하리만치 행복해진다. 몸이 가벼워지고 온종일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86쪽

 어른에게도 분명 어린이였던 시절이 존재한다. 다만, 잊고 지낼 뿐이다. 임지윤의 『앵무새 돌려주기 대작전』은 어른들에게도 하고 싶은 게 많고 되고 싶은 게 많았던 시절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 시절의 내 모습이 현재 아이들의 모습이라는 걸 말이다.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소재로 꿈과 행복에 대해 말하는 동화다. 어떤 면에서는 어른들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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