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내면의 그림 뒤집어 보기
[책속의 명문장] 내면의 그림 뒤집어 보기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4.04.03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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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문장론> 중에서

[북데일리] “참되고 올바른 진리라면 뒤집어 놓더라도 끄떡없어야 할 것 같다. 참인 것은 그 역도 참일 수 있어야 한다.”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 화가인 헤르만 헤세가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책 <헤세의 문장론>(연암서가. 2014)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다. 작가의 임무에 대해 설명하며 진리와 규칙, 의미에 대해 들려주는 그의 사유가 인상적이다.

“화가는 그림을 평가할 때 환히 불 밝히고 앞에 다가섰다 물러났다 하면서 다양한 각도에서 관찰한다. 뿐만 아니라 그림을 돌려보기도 하고 위아래를 뒤집어 거꾸로 걸어보기도 한다. (중략)

진리를 뒤집어보는 건 언제나 유익하다. 한 시간 동안 내면의 그림을 뒤집어 걸어두면 언제나 유익하다. 사고가 더 경쾌해지고 착상이 더 빨리 떠오른다. 그리하여 우리의 조각배가 세상이라는 강물을 보다 수월하게 미끄러져 간다. 만일 내가 교사라서 수업을 해야 한다면, 작문 같은 것을 시킬 학생이 있다면, 원하는 아이들에게 한 시간씩 따로 면담을 하며 이렇게 말하리라.

“얘들아, 우리가 너희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매우 좋은 거란다. 하지만 가끔은 우리의 규칙과 진리를 한번쯤 그냥 시험 삼아 재미로 뒤집어보렴.”

심지어 어떤 단어의 철자를 하나하나 바꾸어보면 때로 교훈과 재미, 탁월한 착상의 놀랄 만한 원천이 생기기도 한다.

다시 말해 그런 유희를 함으로써 사물에 붙은 꼬리표가 떨어져 나가고 그 사물을 새롭고도 놀랍게 우리에게 말해주는 분위기가 생겨난다. 낡은 유리창에 엷은 색칠 놀이를 하다가 비잔틴 모자이크가 나오는 것이나 차 주전자에서 증기기관이 나오는 것도 그러한 분위기에서다. 우리는 바로 이런 분위기, 이런 정신 자세, 세계를 익숙한 모습 그대로가 아닌 새롭고 더욱 의미심장하게 발견하려는 이러한 마음가짐을 의미 없는 것의 의미에 관해 말하는 저 작가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p.180~p.186)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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