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냥에서 유래된 ‘시치미 떼다’
매사냥에서 유래된 ‘시치미 떼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4.01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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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지식] 이성규의 『조선과학실록』중에서

[북데일리]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과학과 관련된 역사들을 소개하는 이성규의 <조선과학실록>(여운. 2014)에는 기이한 자연현상과 더불어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조선의 최고의 사냥매인 해동청을 명나라에 바쳐야 했던 세종은 무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당시 좋은 매의 값이 엄청났기 때문에 이웃의 매를 슬쩍 가로채는 일도 많았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시치미 떼다’의 유래되었다.

 ‘시치미는 매의 꼬리 깃털 12개 가운데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중앙의 깃털 2개에 매다는 이름표를 말한다. 가로 1cm, 세로 3cm 정도로 납작하게 깎아 만든 쇠뿔에 매 소유자의 주소와 이름을 새겨 넣은 다음, 방울과 하얀 거위 깃털로 치장한 것이 시치미다. 시치미를 매다는 이유는 사냥에 성공한 매가 꿩을 다 먹어치우기 전에 방울 소리와 퍼덕이는 하얀 깃털로 얼른 매를 찾기 위해서다.

 시치미를 빨리 찾지 못하면 사냥감으로 배를 채운 매는 주인에게 돌아오지 않고 멀리 날아가 버린다.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매는 자기 주인에게 먹이를 얻어먹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민가로 돌아온다. 이때 주인집이 아니라 남의 집으로 들어가는 매도 있다. 이런 매를 발견할 경우 매에게서 시치미를 떼어버리고 슬쩍 가로채는 사람들이 있었다. 시치미를 떼어버리면 누구의 매인지 알 수 없게 되므로, 알면서도 모른척한다는 뜻의 ‘시치미 떼다’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이웃의 매를 시치미까지 떼어내며 가로챈 이유는 매가 비쌌기 때문이다. 길을 잘 들인 사냥매 한 마리가 말 한 필 값과 맞먹었다고 하니, 요즘으로 치면 승용차 한 대 가격에 해당한다.’ (215, 216쪽,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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