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에게 글자를 배운 호랑이?
정약용에게 글자를 배운 호랑이?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3.24 2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은영의 『귀양 선비와 책 읽는 호랑이』

[북데일리] “책은 뭐하러 읽소?” “책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네. 우리가 겪지 않은 일들도 알게 해 주지.”

 “그럼 책을 읽으면 아는 것이 많아지겠구료.” “그렇지. 그만큼 생각이 깊어지고, 올바른 도리를 깨우칠 수 있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다네.” 67쪽

 부모들은 자녀가 책을 읽는 아이로 자라기를 바란다. 책을 통해 더 넓은 세상과 만나고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바람은 옛 선조들도 다르지 않았다. 다산 정약용도 귀향지에 있던 시절 고향에 남은 아이들을 위해 아내가 보내온 치마에 책을 만들어 보냈으니 말이다. 최은영의 『귀양 선비와 책 읽는 호랑이』(개암나무. 2014)의 일화를 바탕으로 만든 동화로 책 읽는 즐거움에 대해 말한다.

 동화는 숲 속 마을에 보름달이 뜨면 책을 읽어주는 호랑이 앞에 동물들이 모여드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호랑이는 어떻게 책을 읽게 되었을까? 호랑이는 깊은 산 속에서 주인마님의 심부름을 가는 석이를 만났다. 주인마님의 치마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석이는 호랑이에게 치마에 담긴 사연을 들려준다. 사연인즉, 귀양 간 정약용에게 주인마님이 시집올 때 마련한 치마를 보낸 것이다. 호랑이는 왜 그 치마를 보냈는지 이유가 궁금해 석이에게 이유를 알아오라고 시킨다. 하지만 석이가 돌아오지 않자 호랑이는 직접 정약용을 찾아 나선다.

 남쪽으로 달려 귀양 온 정약용의 집에 도착한다. 정약용은 부인이 보내온 치마를 찢고 있었다. 소중한 치마를 찢는 게 이상해 호랑이가 물으니 아들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이다. 죄인의 아들이라 벼슬에 오를 수 없지만 공부에 정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였다. 집안이 망했다고 공부를 게을리하면 사람 노릇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호랑이는 호기심 때문에 정약용을 찾아왔지만 석이는 호랑이가 주인님을 잡아먹을까 걱정이다. 주인님 대신 자신을 죽여달라고 말하자 정약용도 석이는 편지를 전해야 한다며 말린다. 호랑이는 석이는 집으로 보내고 정약용과 함께 지낸다. 방 안 가득한 책을 보며 호랑이는 자신도 책을 읽을 수 있는지 묻는다. 책을 읽고 싶은 호랑이에게 정약용은 글을 가르친다.

 “다만 한 글자라도 막히면, 주위 사람들에게 두루 묻거나 다른 책을 샅샅이 뒤져 그 뜻을 정확히 알아야 하네. 그래야만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지.” 74쪽

 정약용에게 글자를 배우고 책을 읽는 호랑이라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재미있는 이야기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알려준다. 더불어 역사 속 인물 정약용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책이다. 재미, 교훈, 지식까지 일석삼조를 고루 갖춘 동화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