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진면목을 말하다
소설의 진면목을 말하다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3.21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용택이 추천하는 <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

 [북데일리] ‘단언컨대, 이 책을 읽은 독자는 축복받은 것이다! 몇 십 번 곱씹어 읽고 깨우쳐야 할 소설의 빛나는 섭리를 단번에 일깨워 주는 책!’

 <만약 당신이 내게 소설을 묻는다면>(소라주. 2014)에 대한 시인 김용택의 추천사다. 이 책은 현재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 작가, 예술인 50인이 선정한 소설을 소개하는 책이다. 제목만 알고 있는 소설, 처음 만나는 소설, 꼼꼼하게 읽지 못한 소설, 대해 전문가의 추억과 함께 해설을 읽을 수 있다.

 책은 50인이 선택한 소설을 1부 소설에서 작가를 발견한다, 2부 소설에서 나를 발견하다, 3부 이 소설을 말하다, 4부 나는 이렇게 읽었다, 5부 소설은 늘 우리 곁에 있다, 란 주제로 들려준다. 그들이 소개한 소설은 다양하다. 필독 고전이라 불릴 세계 문학뿐 아니라, 김승옥, 박완서, 박경리, 조정래, 박범신, 황순원, 최명희, 오정희 등 한국 문학의 거장들과 황정은, 김연수, 정유정 등 인기 작가의 작품도 있다. 읽은 소설이 등장할 때마나 작가는 어떻게 읽었을까, 기대와 설렘을 안겨준다. 즐거움 그 이상의 문학이 지녀야 할 의무, 타자를 이해하는 방법을 만날 수 있어서다.

 ‘소설이 무엇인가? 소설은 선과 악을 구분하는 성서가 아니다. 인간을 탐구하는 이야기이다. 인간의 내면을 낱낱이 파헤쳐 보면 언제나 선하고 언제나 악한 사람은 없다. 똑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처세하는가에 따라 옳고 그른 것으로 구분되는 것이다. 그래서 훌륭한 작가는 참으로 위대하다. 이렇게 많은 인물들을 가슴에 품을 수 있다니. 인간이라는 존재의 저 어딘가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이나 고독 같은 보석을 발견하고 형상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박경리의 『토지』- 김저운, 311쪽)

<토지>는 몇 차례의 드라마로 만났을 뿐 그 웅장한 서사를 책으로 접하는 일은 쉽지 않다. 600여 명의 인물을 통해 우리 민족의 삶을 전하고자 한 박경리는 정말 대단한 작가다. 문득, 궁금해진다.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작가는 왜 소설을 쓰는 것일까? 삶, 죽음, 이별, 전쟁, 역사 등 다양한 주제로 만나는 소설. 소설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의 실존과 이해에 닿고자 하는 바람이 아닐까.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 황정은의 소설 <백의 그림자>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을 만나니, 더욱 반갑다. 나 역시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목소리(외침)을 담은 소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황정은의 시선이 주목하는 곳엔 우리와 닮은 사람들의 삶이 등장한다.

 ‘시간과 자본 앞에서 우리는 모두 무력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지킬 수 있을까요? 이 젊은 작가는, 이 짧은 소설에서, 가늘고 약하고 섬세해서 오히려 믿음이 가는, 어떤 희망을 보여줍니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한없이 따뜻해서, 나는 앞으로도 살아가는 동안 이 소설을 몇 번은 더 들춰 볼 것 같습니다.’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 김성경, 527쪽)

 한 권의 같은 소설을 떠올릴 때 누군가에게는 선명한 이미지가, 누군가에겐 아팠던 시절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시대를 읽을 수 있는 소설, 상처를 위로하는 소설, 저마다의 애틋한 사연을 만나는 즐거움과 동시에 소설을 통해 인간에 대해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필독서가 될 것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