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분노, 절규 <노예 12년>
슬픔, 분노, 절규 <노예 12년>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3.19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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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노섭 소설...자유을 위해 살았던 12년

 

 [북데일리] 인간은 누구나 존엄한 존재다. 어떤 경우에라도 인권을 침해하고 유린해서는 안 된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고 인간이 인간을 소유물로 삼는 잔혹한 행위는 소설로도 만나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한데 12년 동안 노예로 살아온 사람이 있다. 2014년 제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상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노예 12년>(열린책들. 2014)의 주인공 솔로몬 노섭이다. 영화의 원작인 이 책은 12년 동안 노예로 살았던 솔로몬 노섭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 노섭은 아내와 세 아이를 둔 평범한 가장으로 뉴욕에 살았다. 1841년 미국의 뉴욕엔 노예제는 없었다. 그러니 솔로몬 노섭은 흑인이었지만 분명 자유인이었다. 그런 그가 단 하루 만에 자유인 솔로몬 노섭이 아닌 노예 플랫이 되었다. 일자리 주선을 핑계로 접근한 이들에게 납치되어 노예 수용소로 보내진다. 노섭은 자신이 노예가 아니라고 끊임없이 외쳤지만 돌아오는 건 거센 구타뿐이다. 도움을 청할 사람은 없었고 그는 플랫이 되어 포드에게 팔려간다. 노예의 삶은 시작되었고 노섭은 자유를 찾아 가족으로 돌아갈 희망을 위해 살아간다.

 책은 노예 플랫으로 살아온 12년을 순차적으로 그려낸다. 노섭은 자신이 경험한 그 시간, 인간이 아닌 사유재산으로 여러 곳으로 팔려가야 했던 참담한 삶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고통스러웠던 시간, 함께 생활했던 노예들의 실상을 자세하게 들려준다. 1840년대 미국 남부 백인들의 사고와 벌목지, 목화밭, 사탕수수 밭 등 그가 머물렀던 농장의 지리나 환경을 묘사한다. 죽음을 각오하고 탈출을 감행했지만 다시 붙잡혀 매질을 당하는 이들에게 자유는 잡을 수 없는 꿈이었다. 누구라도 책을 읽는 동안 그들의 거친 분노와 슬픔의 절규를 느낄 것이다.

 ‘동트기 전부터 잠잘 시간까지 채찍의 날카로운 소리와, 노예들의 비명은 엡스의 농장에서 목화 따는 시기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들린다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가공하지 않은 진실이다.’ 177쪽

 설령 체험이라 해도 단 하루도 그런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다. 자신의 의지대로 판단하고 자유롭게 살아온 노섭이다. 이토록 참혹하게 플랫으로 살아야 했던 시간, 그를 견디게 한 건 무엇이었을까? 주인의 눈을 피해 서로를 아끼고 위로하는 가족 같은 노예들, 자신의 재산인 노예의 마음을 처지와 마음을 인정하고 대한 착한 주인들, 비인간적인 노예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소수의 백인 때문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 플랫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험을 감당한 채 자신의 일처럼 도와준 캐나다 사람 배스가 그렇다.

 만약, 플랫의 말을 들어준 배스가 없었더라면 그의 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솔로몬 노섭이 아닌 플랫으로 고난으로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생각만으로도 무참하다. 인간의 잔인성을 잘 드러낸 책이다. 읽는 내내 불편한 책이지만 영화와 비교하며 읽어도 좋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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