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의 금지된 욕망
그림 속의 금지된 욕망
  • cactus 시민기자
  • 승인 2014.03.13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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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단장하는 여자와 훔쳐보는 남자>

 [북데일리] 강렬한 붉은 색 바탕에 문고리를 통해 여인이 몸을 훔쳐보는 표지다. 그림을 바라보는 나 역시 뒷모습을 훔쳐보며 드러나지 않는 여인의 몸을 상상한다. 그러니 이 그림에 담긴 의도는 얼마나 음흉한가. 파스칼 보나푸의 <몸단장하는 여자와 훔쳐보는 남자 : 서양미술사의 비밀을 누설하다>(이봄. 2013)는 표지와 제목이 나타내듯 여인의 몸을 다룬 그림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책이다. 그러니까 스스로를 관음증 환자라고 밝힌 저자의 시선은 모델인 여성이 아닌 화가이자 관객이라 볼 수도 있겠다.

 책은 누드를 비롯하여 여성의 몸을 다룬 그림 79점을 소개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네, 드가, 렘브란트, 피카소, 요하네스 베르메르 등 유명 화가의 명화를 감상할 수 있다. 목차도 흥미롭다. 1장 마지막 양말 한 짝을 벗다, 2장 벌거벗은 채로, 3장 물에 몸을 담그다, 4장 몸을 말리다, 5장 머리를 빗다, 6장 거울을 마주하다, 7장 화장하다, 8장 옷을 입다, 9장 마지막 치장으로 여인이 몸단장하는 순서다. 특이한 점은 모든 그림 속 모델이라 할 수 있는 그녀의 행동과 목소리를 통해 설명한다는 것이다.

 서양미술사에서 누드화는 어떤 의미였을까. 금기로 여겼던,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인 성에 대한 갈망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고대, 중세를 지나 근대와 현대에 따라 조금씩 여인의 모습은 변화한다. 그림마다 상상할 수 있는 환경, 신화나 성경의 구절, 역사적 사건이 함께 등장한다. 시대에 따른 소품의 등장과 달라진 화장법을 상상하는 일은 즐겁다. 더불어 그림을 통해 아름다움을 원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마주한다. 여인을 바라보는 은밀한 시선뿐 아니라 자신의 몸을 단장하는 여인의 욕망 말이다.

 어떤 그림에서는 화가와 모델 둘 사이의 비밀 약속 같은 게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를 유혹하기 위한 과감한 포즈나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여인의 마음을 읽는 일도 즐겁다.

 ‘그림 속의 아름다움 몸은 영원히 범접할 수 없는 대상이다. 그것은 절대 껴안을 수 없는 몸, 오로지 시선만을 상대로 하는 봄이다. 살아 있는 여인의 몸이 화가의 작업을 거쳐 그림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화가가 바라보는 것도 오로지 그림으로 보는 사람의 눈을 만족시키고 인정받는 일뿐이다.’ 241쪽

 누드화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알아보는 독특한 주제다. 누군가는 선정적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술에 있어 최고의 질료이자 탐미의 대상이 인간의 육체라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서영화의 역사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그림 그 자체만으로도 매혹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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