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 "머리가 썩으면 몸도...."
시오노 나나미 "머리가 썩으면 몸도...."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4.03.07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로마인에게서 배운 리더의 지혜

[북데일리] “누구나 모든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현실만을 본다.“ - 카이사르 (P.79)

<로마인 이야기>, <십자군 이야기>로 유명한 일본의 역사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신작 <리더를 위한 로마인 이야기>(혼미디어. 2014)가 출판됐다. 저자는 매 장마다 로마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들을 소개하고, ‘리더에게’란 코너에서 현대 정치와 사회에 비춰 자신의 의견을 들려준다. 일본어 원제가 <일본인에게 - 리더 편>이어서 일본의 정치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우리나라 리더들이 참고할 내용도 눈에 띈다.

한니발이 카르타고군을 효율적으로 지휘한 방식, 살라미스 해전, 이수스 전투, 자마 회전(Battle of Zama)처럼 역사를 창조한 전투, 삼두정치와 같은 정치권의 타협과 대립 상황 등이다. 네로의 아들이자 아우구스투스의 양자였던, 로마 제국의 제2대 황제인 티베리우스. 그는 ‘적재적소와 능력위주’를 판단 준거로 삼고 뛰어난 행정 수완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원로원 의원들이 그의 업적을 찬양하며 그에게 바치는 신전을 세우고 싶다고 했을 때, 그는 그것을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 자신은 죽음의 운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인간에 불과하다. 내가 하는 일 모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여러분이 준 높은 지위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힘에 겹다. 내가 한 일이 조상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았는가, 원로원 여러분의 의결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었는가, 제국의 평화 유지에 공헌할 수 있었는가, 그리고 국익을 위해서 나쁜 평판에도 흔들리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 냈는가를 내게 묻고 싶다. 후세가 평가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나에게는 신전이다. 나의 소망은 내 생애 동안 신들이 마음의 평정과 함께 인간의 법을 이해하는 능력을 허락하시는 것뿐이다.” (P.192~P.193)

이 일화와 함께 저자는 ‘리더에게’ 코너에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40여 년 전 베네치아의 인근 마을 파도바에서 전람회가 열렸다. 로마제국말기에 끊임없이 침략해 오던 훈족의 약탈을 피해 땅속에 묻어두었던 물건들을 전시하는 행사였다. 저자는 금은보화나 귀중품이 전시돼 있으리라 생각하고 갔으나, 전시품 대부분은 냄비나 솥 등 부엌살림이었다. ‘왜 이런 물건까지 숨겨야 했을까? 금은보화를 모아두었던 사람들은 훈족에게 다 빼앗기고 살해당한 것일까? 아니면 부유한 사람들은 로마로 도망쳤을까?’ 저자는 많은 의문이 들었다. 수십 년이 흘러 저자는 집필을 위해 그 시대를 연구하다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상대로 금은보화를 가진 사람들 대부분은 한발 먼저 안전한 곳으로 도망쳤던 것이다.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라는 말이 있다. 생선의 몸에 해당하는 서민은 의외로 항상 건강하다. 하지만 머리가 썩으면 머지않아 몸도 썩어간다. (중략) 발굴된 유물만 봐도 로마인들이 훈족은 감히 흉내 내지 못할 기술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죽임을 당하고 멸망했다. 국가의 안전보장을 책임지는 국정이 엉망이었던 탓이다.” (P.196)

이어, 그녀는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일본은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며, 정치가도 하나의 자원”이라며, 유권자들이 정치가들을 경멸하고 비난만을 퍼부을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정치는 대단히 중요한 일인 만큼 당신들에게 기대하고 있다”고 격려하자고 권한다. 더불어 그들이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반드시 감시가 필요하다고 전한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이는 우리도 참고할 만한 이야기다.

저자의 역사의식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지만, 분명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우리가 취할 부분도 많다. 독자는 책을 통해 로마의 다양한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고, 매 장마다 역사 속 리더들이 들려주는 유명한 경구도 만날 수 있다.

"민중만큼 불확실하고 여론만큼 우매하며 정치가만큼 거짓된 것은 없다.” (키케로)

"길을 찾을 수 없다면, 길을 만들어라.” (한니발)

"우리의 인생은 내게 일어나는 일 10%와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90%로 이루어져 있다.” (스키피오)

<정미경 기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